중국 대체 공급망 투자 촉발 영향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희토류라는 급소를 확인하고 이를 다시 휘두를 것으로 관측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자인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하던 4월 초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희토류의 수출 통제 조치에 들어갔다.
중국이 이러한 희토류 우위를 십분 활용해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신속하게 양보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중국의 핵심 광물·희토류 수출 통제 및 최근 도입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관세가 145%까지 치솟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보다 우위를 점했다고 자부했지만 중국이 현대 세계가 없어서는 안 될 ‘희토류 자석’의 수출을 사실상 중단시키며 판을 뒤집었다”면서 “디스프로슘이나 터븀 같은 생소한 원소가 들어간 제품의 납품이 느려지면서 자동차부터 로봇, 국방산업까지 다양한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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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자동차 업체 미국 포드와 일본 스즈키는 일부 생산을 중단했다. 프랑스 폭스바겐은 일부 희토류 사용 부품을 줄이고 대체 소재를 찾도록 공급업체에 요청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은 추가 허가가 없으면 생산 중단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로봇 산업에도 직격탄이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만드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4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옵티머스는 중국발 희토류 자석 이슈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로봇 팔 부분의 작동기에 영구자석을 쓰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퍼스널AI의 니콜라우스 래드포드 CEO는 “중국 외의 다른 공급처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면서 “로봇 산업 전체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퍼스널AI는 한국의 HD현대로보틱스 및 HD한국조선해양과 협력해 조선소에서 위험하고 복잡한 용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방산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은 드론과 전투기 공급을 방해했다.
한국에서 희토류 자석용 합금을 생산하는 호주 광산기업 ASM의 로위나 스미스 CEO는 “전화기에서 불이 났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걸려왔다”고 말했다.
중국이 새롭게 도입한 희토류 및 핵심 광물 수출 허가제는 킬로그램 단위로 어디로 가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고 블룸버그는 알렸다. 실제 최근 중국은 극소량의 희토류가 포함된 자석 제품까지 승인을 지연시켜 병목현상을 유발했다. 이런 정보는 앞으로 다양한 협상에서 ‘다모클레스의 검(일촉즉발의 절박한 상황)'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연구기관 가베칼의 아서 크로이버 파트너는 “중국은 상업적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허가를 발급하겠지만, 재고 확보를 위한 양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희토류라는 지렛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블룸버그는 단기적으로는 희토류 시장이 여전히 중국 중심이지만, 중국의 주도권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다른 지역의 공급망 구축에 필요한 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ASM의 스미스 CEO는 “업계가 오늘, 그리고 앞으로 몇 달 동안 겪게 될 고통이 바로 사람들이 새로운 희토류 프로젝트에 실제로 투자를 시작하도록 유도할 것”라며 “불행히도 이러한 고통은 이러한 움직임을 촉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