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앞다퉈 ‘인공지능(AI)’ 역량 강화를 외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기존의 정보기술(IT) 인프라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과 업무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서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여의도 본점에서 지주, 계열사 데이터·AI 담당자 100여 명이 참석한 ‘그룹 데이터 혁신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고객별 초개인화 금융서비스 전략 △마케팅 예측 모델 적용 △계열사 간 공동 데이터 분석 사례 등 실제 활용 중심의 논의가 이뤄졌다.
양 회장은 이 자리에서 "데이터는 단순한 수집 그 자체보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알고자 하는 바가 명확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며 "비즈니스 현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대화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데이터 활용 체계화 작업은 AI를 금융 비즈니스 전반에 접목하기 위한 필수 선행 단계로 평가된다. 실제 KB금융은 AI 전략 실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 ‘KB GenAI 포털’을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계열사 전반에 생성형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KB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AI 스타트업·핀테크 기업과의 협업도 본격화했다. 단순한 시스템 개선이 아니라 AI를 조직문화와 전략의 중심축으로 옮기는 구조 전환에 나선 셈이다.
KB금융은 향후 3년 내에 그룹의 주요 17개 업무 영역에 걸쳐 90여 개의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신한금융도 'AX'(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 회장을 포함한 그룹 경영진(237명) 전원이 6주간 AI 집중 교육을 받았고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아이디어톤에 참여하며 실무 실험까지 진행했다. AI를 실질적인 업무 도구로 삼겠다는 구상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진 회장은 "(AI 기술로) 금융을 넘어 산업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며 "AI 기술을 활용하는 경영진의 실전역량 강화가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신한금융은 이번 교육을 계기로 각종 업무에서 AI를 더욱 활발히 도입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의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을 시작으로 자산관리, 보험 설계, 고객 데이터 분석 등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룹 통합 플랫폼인 ‘신한 슈퍼쏠(SOL)’에 소비자가 이용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적용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리딩금융' 경쟁을 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동시에 ‘AI’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AI를 내재화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경영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체화하느냐가 금융사 경쟁력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