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전 스테이크 가격도 사상 최고가 경신
수년간 지속된 가뭄에 방목지 황폐화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월 기준 미국 주요 도시에서 쇠고기 다짐육 1파운드(약 450g) 평균 가격은 5.79달러로 1년 전보다 12.8% 상승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리 전 쇠고기 스테이크 가격 역시 파운드당 10.9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번 가격 급등은 7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미국 내 소 사육두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서부에서 수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방목지가 황폐해지면서 목장주들이 사육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송아지 공급량이 감소했고, 전체 쇠고기 유통량에도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공급난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타이슨푸드의 도니 킹 최고경영자(CEO)는 5일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장 환경에 직면했다”며 “수요는 꾸준하지만 공급 기반 자체가 약화돼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 최대 식료품 체인인 크로거(Kroger)의 토드 폴리 임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쇠고기 부문에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면서 “달걀을 제외한 대부분 식품 가격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쇠고기가 새로운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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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푸드는 “2월부터 4월 사이 자사 쇠고기 제품 평균 가격이 8.2% 오르면서 고객들이 저가 부위나 닭고기 등 저렴한 육류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타이슨푸드는 쇠고기 사업부가 3월까지 6개월간 1억8100만 달러(약 2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닭고기 매출이 급증하면서 전사적으로 순이익은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쇠고기 가격 급등은 축산 농가들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목축협회에 따르면 송아지 경매가가 상승하면서 축산 농가들은 오히려 매각 이익을 얻고 있다. 텍사스&남서부 목축협회의 칼 레이 폴크 주니어 회장은 “이웃 농가가 다음 주 모든 소를 팔기로 했다”며 “가뭄도 사료비 때문도 아니다. 지금 시장이 워낙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향은 미국 내 소 사육두수 회복을 더욱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가격이 높을수록 농가들은 현재의 수익 실현을 선택해서 장기적인 사육 기반 회복이 늦어지고 이는 결국 식료품점과 외식업체에서의 가격 안정 시점 또한 늦출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그는 연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쇠고기 가격 폭등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무능과 조 바이든 전 정부의 실책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금리 인하 등을 촉구했다. 여름철 바비큐 시즌을 앞두고 쇠고기 가격 급등은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FT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