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막전막후’...레오 14세, 어떻게 미국인 첫 교황 됐나

입력 2025-05-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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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 파롤린 추기경, ‘시노달리티’ 언급 안해
신임 교황, 전임 프란치스코 뜻 계승 적임자로 꼽혀
전통과 개혁, 중도와 보수 연결할 인물로 눈도장
페루 빈민가 20년 헌신에 아메리카 대륙 전체 상징도

▲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가 8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인사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연합뉴스
▲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가 8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인사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연합뉴스
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은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교황으로 선출됐다. 유력 후보 명단에도 없었던 그가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역사를 쓴 배경에는 전임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던 ‘시노달리티(Synodality·공동체 중심의 교회 운영)’ 원칙이 있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콘클라베가 이어지던 순간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이었다. 파롤린 추기경은 외교관 출신으로 12년간 교황청 서열 2위인 국무원장을 역임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잇는다는 연속성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이탈리아에서 교황직을 되찾아야 한다는 열망을 실현해야 할 후보로도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상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다음 날부터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장례 미사를 집전한 파롤린 추기경이 연설에서 시노달리티를 언급하지 않은 점 때문이다. 시노달리티는 중앙 집권적 교회를 넘어 교황은 물론 주교, 성직자, 평신도 모두가 결정에 참여하고 교회를 이끄는 운영 방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온 개념이다.

▲신임 교황인 레오 14세가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로마/AFP연합뉴스
▲신임 교황인 레오 14세가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로마/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이후 매일 교회 현안에 대한 연설을 들었던 추기경들은 성 학대 문제부터 바티칸의 재정 상태 등에 대해 논의하며 ‘검증된 관리자’를 교황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런 가운데 레오 14세가 콘클라베 전날 동료 추기경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시노달리티는 함께 일하는 것”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WSJ는 전했다. 열린 자세와 다양성을 강조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잘 이어가면서도 보수와 중도를 두루 아우를 인물로 레오 14세가 눈도장을 찍은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이후 추기경들 사이에선 레오 14세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조지프 토빈(미국) 추기경은 레오 14세에 “당신에게 제안이 갈 수 있다”며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추기경들에게 중요했던 건 시노달리티의 지속가능성이었다. 콘클라베를 위해 모여든 추기경들은 가톨릭 교회 역사상 가장 다양한 출신으로 구성됐다. 70개국에서 모여든 그들의 연령대는 40~90대까지 각양각색이었으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했다. 이들의 목표는 가톨릭의 열린 발전을 꿈꿨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계승하는 것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시간) 비공식 일정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착한 의견의 어머니’ 성지를 방문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해당 성지는 1200년부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가 관리해 온 유서 깊은 곳이며 교황은 이 수도회 출신이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시간) 비공식 일정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착한 의견의 어머니’ 성지를 방문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해당 성지는 1200년부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가 관리해 온 유서 깊은 곳이며 교황은 이 수도회 출신이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레오 14세는 미국 출신이지만 페루 빈민가에서 20년간 사목 활동을 하면서 페루 시민권도 받아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대변인이라는 평판을 받았으며 다국어를 구사하는 그의 면모에 지지자들이 레오 14세에게 ‘세계의 시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레오 14세에 공감대를 형성한 반(反) 파롤린 추기경 세력들은 7일 콘클라베 1차 투표에서 표를 분산시켜 파롤린 추기경과 더불어 그 외 가능성 있는 후보들의 지지도를 평가했다. 2차 투표부터는 파롤린 추기경이 선두였지만 레오 14세에 대한 지지가 계속해서 높아졌다. 8일 오후 4차 투표에서 최종적으로 레오 14세는 총 133표 중 100표 이상을 얻으며 교황으로 선출됐다.

레오 14세는 이날 첫 공식 알현에서 “가장 약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돌보는 교회로 만들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명 ‘복음의 기쁨’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페루 치클라요 산타 마리아 대성당에서 10일(현지시간) 신도들이 레오 14세의 교황 선출을 기념하는 미사에 참석해 기뻐하고 있다. 레오 14세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치클라요 교구장을 지냈다. 치클라요(페루)/로이터연합뉴스
▲페루 치클라요 산타 마리아 대성당에서 10일(현지시간) 신도들이 레오 14세의 교황 선출을 기념하는 미사에 참석해 기뻐하고 있다. 레오 14세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치클라요 교구장을 지냈다. 치클라요(페루)/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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