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흔히 ‘배드 페어런츠’라고 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육비를 못 받는 한부모가족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고 이를 비양육자에게 회수하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7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한부모가족의 안정적인 양육환경 조성, 비양육자 양육책임 강화 등을 위해 마련됐다. 배드 페어런츠에게는 과태료, 감치명령,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 조치가 시행되지만 상당수의 비양육친은 여전히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상간 소송과 상간죄 형사사건으로 형을 받고, 이혼소송 판결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해외로 이주한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모든 연락을 끊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이주한 국가는 양육비 미지급을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닌, 아동의 권리 침해로 간주하는 곳이었다. 부인은 현지 법제를 통해 비교적 쉽게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었는데, 남편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연락이 두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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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자녀들은 법률 상담을 요청해왔다. 이미 성년이 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받지 못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다만 소멸시효가 도과해 소송을 권할 수 없는 상태라 자녀들은 아쉬움을 안고 돌아갔다.
흔히 보이는 배드페어런츠 유형은 양육비를 주지 않고, 면접교섭도 이행하지 않는 경우다. 양육자가 양육비를 청구하면 많은 비양육친은 오히려 그간 만나지 않았던 아이와의 면접교섭을 재촉하고, 마치 양육친이 아이를 못 만나게 막은 것처럼 호도한다. 이를 핑계 삼아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거나, 지급액마저 깎으려 한다.
양육비 지급 의무와 면접교섭 권리는 동시이행 관계가 아니다. 즉, 한쪽을 하지 않았다고 다른 쪽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양육비 지급의무는 자녀에 대한 책임이고, 면접교섭은 부모의 권리이므로 서로를 조건으로 걸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아이를 못 만나게 해서 양육비를 안 줬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의미가 없다. 게다가 아이를 만나게 되면 양육비를 요구할까 봐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비양육친이 더 많다.

또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이행명령 등 조처를 하면, 적반하장으로 양육비 감액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양육비 감액이 인정되려면 양육자의 소득 증가, 비양육자의 소득 감소 등 실질적인 사정변경이 입증돼야 한다. 단순히 ‘돈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양육비는 주지 않으면서 양육수당이나 각종 정부지원금은 꼬박꼬박 받는 비양육친도 수두룩하다. 코로나 19 때는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로 양육친과 비양육친 간의 갈등이 심화하기도 했다.
법적 절차가 개시되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어린이집에 예고 없이 찾아가는 비양육친도 있다. 이는 금전 문제를 넘어 아동에 대한 기본권 침해이자 양육자와 자녀 모두에게 심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보라 변호사는 “현재 다양한 제재수단이 마련돼 있음에도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하고, 비양육친의 회피 기술은 더 교묘해지고 있다”며 “양육비는 부모의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아이의 생존과 발달에 직결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