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정책금융 13조→15조로 늘리고 1조 규모 상생 프로그램 가동
전기차 기업 할인 비례 보조금 연장 및 지원비율 30~80%로 확대
수출 바우처 1000억 이상 추가…단기 수출보험료 60% 할인

미국이 자동차 관세 폭탄을 터뜨리자, 정부가 국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자금 3조 원을 편성하는 등 16조 원의 금융을 공급한다. 또한 개별소비세 감면과 전기차 보조금 지원 확대를 통해 내수를 늘려 국내 생산 기반이 받을 충격도 줄인다. 여기에 수출바우처를 1000억 원 이상 늘리고, 물류 지원도 강화하는 등 신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격차 기술개발 등의 예산도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대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3일부터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엔진과 변속기, 전자기기 등 자동차 부품은 다음 달 3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우리나라로선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400만 달러(약 51조 원)에 달하며,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수출 규모(707억8900만 달러)의 절반(49.1%)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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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미국 관세는 우리 자동차업계, 특히 중소 부품업계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라며 "현시점에서 관세 충격에 따른 구체적 피해 추산은 어려우나, 우리 기업에 본격 파급되기에 앞서 '실효성 있는 산업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대책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업계 요구가 크고 시급한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 지원의 기본 틀을 마련한 것으로, 오늘 발표 이후에도 업계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한 지원을 강구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책은 △기업 경영위기 지원 △수요진작·신시장 창출 등 시장충격 대응 △투자환경 개선 및 미래 기술력 확충 △미 관세 조치 협상대응 강화 등 4가지 주요 정책 과제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먼저 경영위기 지원을 위해 3조 원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투입한다.
애초 정부는 올해 자동차산업 정책금융으로 미래차 육성 5조 원, 자동차 부품전환 8조 원 등 13조 원을 편성했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정책금융 2조 원을 추가하고, 상생금융 1조 원을 신규 지원한다.
정책금융은 추후 소진율과 관세 파급에 따른 기업 수요 변화 등을 고려해 추가 공급 여부를 검토한다.
상생 금융의 경우 정부 지원에 맞춰 현대·기아차 차원에서도 금융권 및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협력사의 대출·보증·회사채 발행을 돕는다.
또한, 관세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에는 2500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법인·부가·소득세 납부 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고 1년간 관세를 유예해 조세부담도 줄인다.

미 관세로 수출 물량 감소에 대응하고 국내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내수 시장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소비자 구매 인센티브 강화, 공공부문 구매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생산 충격을 완화한다.
구체적으로 제조사 할인 금액에 연동하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올해 상반기에서 연말까지 연장하고, 정부 매칭지원 비율도 20~40%에서 30~80%로 대폭 확대한다.
또 6월까지 시행 중인 신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탄력세율(5→3.5%) 적용과 노후차 폐차 후 신차 구매 시 개소세 감면(-70%)도 필요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공공부문의 올해 업무차량 구매를 3분기까지 100%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수출 시장 발굴·확대를 위해 글로벌 사우스 등 신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타결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조기에 발효하고 멕시코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도 추진해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로 삼는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수출바우처를 올해 2400억 원에서 1000억 원 이상 추가 확대하고 무역보험 지원도 늘려 올해 6월 일몰되는 단기수출보험료 60% 할인 방안도 연말까지 연장한다.
물류 부담도 줄여 부품기업에 전용 선복을 제공하고 물류가 막히면 임시선박도 투입한다.
국내 자동차 생산기반 유지·확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국내 투자환경 개선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 지원도 강화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해 미래기술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나선 기업들에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또, 친환경 산업 전환 필요성을 고려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조세특례가 적용되는 자동차 청정생산시설 범위를 도장에서 의장, 차체 등 여타 생산공정까지 확대한다.
기업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투자지원 TF 등 전담 담당관을 지정해 인허가 등을 지원하고, 올해 계획된 2000억 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 현금지원을 신속 처리한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2027년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판매를 목표로 '범부처 자율주행 통합 기술로드맵'을 올해 상반기 안에 마련하고, '미래차 부품산업 기본계획'을 3분기에 선보인다.
자동차 산업 초격차 기술개발 등 올해 관련 예산을 4990억 원으로 대폭 늘려 △친환경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 등 미래차 플랫폼에 집중 투자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총리 주재 ‘경제안보전략 TF’ 등 회의체를 통해 대미 전략 거버넌스를 재정비하고, 협상의제를 지속 발굴해 동맹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 여건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법령·제도 개선 등을 조속히 추진하고 수시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관세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세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