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돌핀' 경로 어디로…제주 향한 '이 태풍'과 닮았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6-07-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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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극한 폭염에 시달리는 지겨운 나날. 견딜 수 없는 이들 사이에서 차라리 여름 불청객을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이 바람(?)을 알았는지 덩치를 키운 ‘그’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13호 태풍 ‘돌핀’이 기상청 태풍 강도 분류의 최고 단계인 ‘강도 5’까지 발달했죠. 31일 오전 중심기압은 910hPa(헥토파스칼)까지 낮아졌고, 이날 밤부터 다음 달 1일 오전 사이에는 905hPa까지 더 강해질 전망인데요.

현재 한·미·일 기상기관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경로는 다음 달 5일 일본 남쪽 해상까지입니다. 다만 일본 방송과 민간기상업체가 공개한 장기 시뮬레이션에서는 이후 아마미·오키나와를 지나 동중국해로 향하는 경로가 늘었죠.


▲제13호 태풍 '돌핀' 예상경로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제13호 태풍 '돌핀' 예상경로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910hPa까지 급발달…바다와 대기 모두 도왔다

기상청이 31일 오전 10시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오전 9시 돌핀은 북위 18.2도·동경 161.9도 해상에서 시속 25㎞로 서북서진했습니다. 중심기압은 910hPa, 최대풍속은 초속 56m로 강도 5에 해당하는데요.

다음 달 1일 오전에는 중심기압 905hPa·최대풍속 초속 58m까지 발달할 전망입니다. 이후 서서히 약해지지만 2일 오전까지 강도 5, 3~5일에도 강도 4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죠.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돌핀이 지나온 해역의 수온을 30~31도로 분석했는데요. 높이에 따른 바람의 방향과 속도 차이도 작고, 태풍 상층의 공기 배출도 원활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돌핀은 두 번째 눈벽교체를 마친 뒤 다시 강해졌죠. 눈벽교체는 태풍의 눈을 둘러싼 기존 눈벽 바깥에 새로운 눈벽이 만들어지는 현상인데요. JTWC는 31일 최대풍속을 135노트, 시속 약 250㎞로 분석해 ‘슈퍼태풍’으로 분류했죠.

31일 오전 돌핀의 초속 15m 이상 강풍반경은 최대 380㎞, 초속 25m 이상 폭풍반경은 최대 120㎞였습니다. 중심부의 바람은 매우 강하지만 강풍 범위까지 이례적으로 넓은 태풍은 아닌데요.

다만 태풍이 약해지는 과정에서 바람의 범위는 오히려 넓어질 수 있죠. 기상청은 다음 달 4~5일 강풍반경이 최대 45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일본 기상청의 베스트트랙 자료 (출처=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 ‘디지털 태풍(Digital Typhoon)’ 데이터베이스 홈페이지 캡처)
▲일본 기상청의 베스트트랙 자료 (출처=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 ‘디지털 태풍(Digital Typhoon)’ 데이터베이스 홈페이지 캡처)


출발점은 ‘올리와’, 진로는 ‘펑셴’

돌핀과 출발 위치가 가장 비슷한 태풍은 1997년 제19호 태풍 ‘올리와’인데요.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의 ‘디지털 태풍’ 자료를 보면 올리와의 최초 기록은 북위 13.6도·동경 180.4도입니다. 돌핀 역시 날짜변경선과 가까운 비슷한 위도에서 발생해 서쪽으로 긴 거리를 이동했죠.

다만 발달 속도는 달랐습니다. 올리와는 북위 18.3도·동경 161.5도에 도달했을 때 중심기압이 975hPa였는데요. 돌핀은 거의 같은 위치인 북위 18.2도·동경 161.9도에서 이미 910hPa까지 강해졌죠. 출발점은 닮았지만, 돌핀이 훨씬 빠르게 강해진 셈입니다.

앞으로의 예상 위치와 더 비슷한 태풍은 2002년 제9호 태풍 ‘펑셴’인데요. 펑셴은 북위 22.2도·동경 152.2도에서 920hPa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은 돌핀이 다음 달 2일 오전 북위 22.8도·동경 153.3도에서 915hPa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죠.

펑셴은 이후 일본 남쪽 해상을 서쪽으로 이동해 야쿠시마 부근과 규슈 서쪽을 거쳐 제주 인근과 서해로 향했습니다. 현재 돌핀의 공식 예상 경로와 겹치는 구간이 길어 ‘닮은꼴 태풍’으로 거론되는 이유인데요.

2014년 제11호 태풍 ‘할롱’은 7월 29일 마리아나제도 부근에서 발생해 빠르게 강해졌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그러나 할롱은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지 않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시코쿠에 상륙했죠. 출발 해역과 발달 시기가 비슷해도 주변 고기압의 위치에 따라 진로는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본 기상청의 베스트트랙 자료 (출처=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 ‘디지털 태풍(Digital Typhoon)’ 데이터베이스 홈페이지 캡처)
▲일본 기상청의 베스트트랙 자료 (출처=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 ‘디지털 태풍(Digital Typhoon)’ 데이터베이스 홈페이지 캡처)


펑셴은 제주, 올리와·할롱은 일본에 피해

펑셴은 제주에 접근할 무렵 중심기압이 975~980hPa까지 높아져 전성기보다 크게 약해진 상태였는데요. 그런데도 2002년 7월 26일 제주에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29m의 강풍이 불었죠. 제주월드컵경기장 지붕 3500㎡가 파손됐고 한라산 중산간에는 200㎜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올리와는 아마미 부근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1997년 9월 16일 강한 세력으로 가고시마현 마쿠라자키 부근에 상륙했죠. 일본 기상청이 방재백서를 토대로 집계한 피해는 사망 10명, 부상 26명인데요. 주택 35동이 전파되고 39동이 반파됐으며, 침수 주택은 1만7545동에 달했죠.

할롱은 2014년 8월 10일 고치현에 상륙한 뒤 시코쿠를 종단했습니다.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 집계에서는 사망 1명·부상 81명, 주택 전파 10동·반파 158동, 침수 3919동의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세 태풍의 피해 규모는 전성기 최저 중심기압만으로 설명되지 않죠. 육지와의 거리, 북상으로 전환한 시점, 접근 당시의 세력과 강풍·비구름의 범위에 따라 피해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나사 제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나사 제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5일까지 일본 남쪽…이후 경로는 엇갈려

한국 기상청은 돌핀이 다음 달 3일 일본 남동쪽, 4일 일본 남쪽 해상을 거쳐 5일 오전 북위 24.8도·동경 137.7도까지 서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5일에도 중심기압 935hPa·최대풍속 초속 49m의 강도 4를 유지할 전망인데요. 예상 위치의 70% 확률반경은 440㎞입니다.

일본 기상청도 5일까지 일본 남쪽 해상을 서진하는 경로를 제시했죠.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한반도 상공의 고기압이 돌핀을 서쪽으로 이끌어 류큐열도(일본 규슈 남쪽에서 대만 북동쪽까지 길게 이어진 섬 지역) 방면으로 이동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5일까지의 큰 흐름에는 각 기관의 전망이 대체로 일치하는데요.

이후 경로는 크게 엇갈립니다. YTN이 31일 보도한 수치모델에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은 서해를 거쳐 중국 북부로, 유럽과 미국 모델은 중국 남부로 향하는 경로를 계산했습니다.

일본 웨더뉴스가 공개한 각국 기상기관의 앙상블 계산도 동중국해와 일본 남부 등으로 흩어졌는데요. 모두 공식 예상경로가 아닌 장기 계산인 만큼 중국행이나 서해 진입을 확정할 단계는 아니죠.


▲제13호 태풍 '돌핀' 예상경로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제13호 태풍 '돌핀' 예상경로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일본 기상청의 제13호 태풍 '돌핀' 예상경로 (출처=일본 기상청 캡처)
▲일본 기상청의 제13호 태풍 '돌핀' 예상경로 (출처=일본 기상청 캡처)


폭염 식히기는커녕 더 키울 수도

돌핀이 한반도 폭염을 누그러뜨릴지도 관심인데요. 태풍이 일본 남쪽이나 동중국해로 접근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한반도로 들어오는 공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태풍이 폭염을 반드시 끝내는 것은 아닌데요. 구름과 비가 늘면 낮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태풍 앞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체감 더위가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태풍이 고기압을 밀어낼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며 더운 공기를 끌어올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죠.

태풍 ‘바비’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9호 태풍 바비는 11일 밤 중국 저장성에 상륙했는데요. 바비가 중국으로 향하는 동안 태풍 동쪽을 따라 고온다습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영남의 폭염이 한층 강해졌습니다.

당시 경북 경산 하양의 낮 최고기온은 39.9도까지 치솟았고, 이튿날 경북 일부에는 사상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습니다. 반면 서울 등 중부지방은 구름과 비의 영향을 받아 비교적 선선한 날이 이어졌는데요. 같은 태풍의 영향권에서도 공기의 흐름과 비구름의 위치에 따라 한쪽에는 폭염이, 다른 쪽에는 비와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죠.

기상청이 31일 오전 6시 발표한 중기예보에도 뚜렷한 폭염 완화 신호는 없습니다. 다음 달 4~10일 전국이 대체로 맑고 낮 기온은 33~38도로 오를 전망이죠.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돌핀이 5일까지 일본 남쪽 해상을 서진한다는 데에는 각국 기관의 전망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그러나 아마미·오키나와를 지나 동중국해로 향할지, 방향을 틀어 북상할지는 아직 공식 예보 범위 밖이죠.

올리와·펑셴과의 유사점도 가능한 경로를 살펴보기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인데요. 돌핀의 한반도 영향과 폭염 변화는 5일 이후 예상경로가 구체화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돌핀이 어디까지 서진한 뒤 북쪽으로 방향을 트느냐죠. 그 갈림길이 한반도에 남길 것이 더위일지, 거센 비바람일지를 가르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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