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업무 중 신호 위반해 사망한 배달기사…法 “업무상 재해”

입력 2025-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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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신호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업무상 재해 아냐”
法 “근로자 범죄행위로 발생한 사망에 해당 안 된다”

▲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배달 업무 중 신호 위반으로 차량과 충돌해 사망한 배달기사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배달기사로 근무하다가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배달기사 A 씨는 음식을 받아오기 위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신호위반으로 차량과 부딪혀 사망했다.

A 씨의 유족들은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청구를 했으나 거절당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신호위반이라는 일방적 중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A 씨의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차량의 과실은 없는 점, A 씨의 신호위반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른 중과실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고는 오로지 A 씨의 신호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일 뿐”이라며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의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유족은 “A 씨의 신호위반 과실이 고의성 내지 중대성 및 위법성 측면에서 산업재해보상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비록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신호위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인 점은 인정되나, 이는 망인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이고, 망인의 사망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사고 당일 망인이 32회의 배달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볼 때 사고 당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에서 순간적인 집중력 또는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신호위반을 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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