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블랙박스 본 검사 “어? 이상한데”…18명 보험 사기단 덜미

입력 2024-04-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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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관련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사고 관련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와 구미에서 ‘보험금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을 기다리다가 들이 받고, 보험금을 받아내는 전형적인 수법. 그러나 피의자는 자신의 혐의를 한사코 부인했다.

담당 검사는 기존 증거를 도로 꺼내 처음부터 뒤져보기 시작했다. 사건 현장을 담은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을 열어 반복해서 재생했고, 어렵게 단서를 찾아냈다. 그 블랙박스 영상에는 대체 어떤 모습이 찍혀있었을까.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김천지청 형사1부(이치현 부장검사)는 최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를 받는 보험사기단 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의 주범인 A 씨는 구속기소했다.

공범들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대구와 구미 일대의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내는 방식으로 15회에 걸친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이렇게 편취한 범죄 수익은 약 1억8000만 원에 달한다.

고의로 차량 충돌 후 “입원해야겠는데요”

장소는 대구 유통단지로 교차로와 구미 각산네거리 등. 주로 20대 남녀로 구성된 공범들은 이곳 부근에서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범들은 차량을 탄 채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좌회전하는 차량을 노렸다. 1차로에서 좌회전하며 1차로로 넘어가지 않고 2차로로 끼어드는 차량이 사고가 나면 그 차량의 과실비율과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렇게 공범들은 신호를 기다리다가 좌회전 중인 차를 들이 받았다.

A 씨는 공범들에게 ‘사고 직후 허위증상을 호소하고 입원 치료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공범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A 씨는 그 중 대부분을 돌려받았다. A 씨는 지인의 차량과 렌터카 등을 이용하며 차량을 바꿔가며 보험회사의 의심을 피해갔다.

A 씨는 공범들과 번갈아가며 운전했고, 최대한 많은 액수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차량에 2~3명의 동승자를 탑승시키고 동승자들이 입원치료를 받게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초기, A 씨는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 절대 아니고 우연히 교통사고가 난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경찰도 A 씨의 신병을 확보하진 않고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송치했다.

▲차량용 블랙박스 관련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이투데이DB)
▲차량용 블랙박스 관련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이투데이DB)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주임검사 대구지검 김천지청 김동욱(변호사시험 9회) 검사는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기록을 다시 꺼냈다. 15~16건에 달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초단위로 꼼꼼하게 재생했다. 며칠에 걸쳐 밤낮 없이 살펴보던 중 사고가 일어난 순간 이들이 나눈 대화가 김 검사 귀에 들렸다.

“오케이, 사고 났다!” “좋다, 좋아!”

사고가 난 직후 공범들이 서로 환호하는 목소리였다. 김 검사는 이들의 범행에 고의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A 씨를 구속시켰다.

조사에 비협조적이던 A 씨는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대부분의 범죄 사실을 실토했다.

김 검사는 A 씨의 자백을 이끌어내며 기존에 확인되지 않았던 4명의 공범을 추가로 인지해 입건했다. 그렇게 사건을 주도한 A 씨와 공범 17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김 검사는 “보험사기 범행은 대표적인 ‘모럴해저드’ 형 범죄로 선량한 대부분의 보험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전가시키는 죄질이 좋지 않은 범죄”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보험사기 범행을 적극적으로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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