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후 기간제 재계약 관행 회사…대법, ‘재고용 기대권’ 첫 인정

입력 2023-06-18 09:01 수정 2023-06-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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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정년 지난 근로자라도 근로관계 존속에 관한 신뢰 보호받아야”

대법원 “사업장에 재고용 관행 확립돼 있고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 신뢰관계 형성됐다면
‘정년後 재고용 기대권’ 인정해야” 최초 설시

재고용 관행이 확립된 직장이라면, ‘정년 후 재고용 기대감’을 근로자의 권리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년이 지난 근로자라도 근로관계 존속에 관한 신뢰를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정년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처음 선언한 대법원 판례다. 다만 대법원은 그렇다고 해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래픽 = 이투데이 DB)
(그래픽 = 이투데이 DB)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년퇴직한 뒤에 기간제로 재고용됐다면 근무할 수 있었던 기간의 임금 등을 지급 청구한 해고 무효 확인 사건에서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 판결에 대한 회사 측 상고를 기각한다”고 18일 밝혔다.

1957년생인 A 씨는 한 제철소의 방호 및 보안 업무를 수행해 온 B 사에서 근무하다 2013년 8월 사측으로부터 징계면직을 당했다. 면직 사유는 제철소 내 고철을 덤프트럭을 이용해 무단 반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A 씨가 두 차례 고철을 반출하는 트럭을 검문검색하지 않고 통과시켜 반출 사고를 방조했다는 것.

징계면직 무렵 B 사의 취업규칙은 ‘정년을 만 57세로 하되 정년에 달한 분기의 말일에 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A 씨는 2014년 3월 31일 정년에 도달한다.

특히 B 사는 정년퇴직한 직원에게 1개월 동안 휴식기를 준 뒤 이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고, 갱신을 통해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A 씨는 징계면직이 부당해고로 무효여서 이 사건 징계면직이 아니었다면 정년 후에도 재고용 제도에 따라 계속 근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해고일로부터 정년 도달일까지의 기간뿐 아니라 정년 이후 기간제로 재고용됐다면 근무할 수 있었던 기간까지 포함하는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재판에서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될 기대권을 가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향후 고용 기대감이 근로권으로 정식 인정될 수 있느냐는 게 핵심 논점으로 떠올랐다.

1심은 정년 이전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 상당액 청구는 인용하면서도,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한 임금 등 청구는 기각했다. 원고에게 정년퇴직 후 당연히 재취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심은 정년 이전 기간에 대해서는 물론,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해서도 임금 등 상당액 청구를 받아들이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원고에게 정년퇴직 후 재채용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인정되며, 재채용 배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기간제로 재채용된 이후 1년 또는 6개월 단위로 거듭 재채용 평가를 받았더라도 계약이 갱신되지 못하였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불복한 B 사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역시 “사업장에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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