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사태는 ‘예고편’...표 의식한 '전력 포퓰리즘' 채권·금융시장 위협

입력 2023-04-02 13:22 수정 2023-04-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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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산은 부실로 이어져…피해 발생 책임은 대통령실·국민의힘·기재부

포퓰리즘 요금 정책이 에너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채권·금융시장에까지 미칠 수 있단 점에서 경계해야 한단 지적이다.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당정(국민의힘·기획재정부·대통령실)에 있단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당정은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미뤘다. 전날이 30일 ‘요금인상에 공감’하는 취지에서 등을 돌린 것이다. 이를 두고 전기요금 정상화를 원하지 않는 기재부가 당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편을 들도록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한국전력의 원가회수율은 약 70%에 불과하다. 매월 4회, 평균 9일 간격으로 발전사들에 지급하는 전력구입대금을 사채로 조달하고 있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고 그 손해분에 대해선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형국이다.

전기요금 조정이 상당 기간 지연된다면 한전채 발행 규모를 더 늘려야 하고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한전채 쏠림현상’ 같은 채권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발생한 채권시장 혼란은 레고랜드(강원중도개발공사가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인 아이원제일차)가 시발점이었지만 한전 채권이 결정타였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2조 3600억 원을 시작된 한전 채권은 매달 2조 원 이상 발생됐고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발행금리도 1월 연 2.71%로 시작해 10월 5.8%까지 뛰기도 했다.

지난해 한전채발행금액은 37조 2000억 원에 달했는데 문제는 올해가 더 심각하단 점이다. 요금이 정상화되지 않아 한전 재무상태는 더 악화했으며 채권 발행 가능 규모는 올해 30조 원 수준으로 유동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전채 금리도 4.3%(3월기준)로 높은 편으로 한전엔 부담이다. 올해 한전 적자가 5조 원 이상 발생하면 내년 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 그러면 전력구매대금 지급 차질, 기자재 및 공사대금 지급 곤란으로 한전의 재무위기가 발전사, 공사업계 등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게 된다. 한전이 전기를 사서 판매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며 이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의미한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대주주인 산업은행 부실로 이어진다. 지분법에 따라 한전 손실 규모의 33%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32.9% 보유)의 손실로 잡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하락시킨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BIS는 2021년말 15.05%에서 2022년 9월 13.08%로 하락해 권고 기준 13%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산업은행의 기업지원 여력 감소란 결과를 낳는다. 한전 1조 원 손실은 산은 BIS 비율 약 0.06%를 하락시키고 이는 기업지원 여력 1조 5000억 원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건전성 우려 완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5650억 원 현물 출자를 시행했고, 올해 3월엔 국무회의에서 4350억 원 현물 출자를 다시 의결하는 등 석달새 1조원을 긴급 투입했다 . 그럼에도 BIS 비율은 13.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금융시장 안정 및 설비투자 등 실물경제 지원 역할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또 매년 6조~7조 원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송·배전망 투자도 위축되면 발전사가 생산한 전기를 수요처에 보내지 못하게 되는 발전소 출력제어 규모가 확대된다. 뿐만 아니라 전력계통의 안정성도 취약해져 생산 활동 등 산업·경제에 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한국가스공사도 복병으로 꼽힌다. 가스공사의 원가회수율은 62.4%에 불과하며 미수금은 지난해 기준 8조 6000억 원이 쌓여 있다. 가스요금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말 미수금이 13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미수금에 대한 이자비용만 하루에 13억 원에 달하며 그 부담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간다.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2분기 에너지 요금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이후 정상화는 꿈 같은 이야기가 될 공산이 크다. 여름철인 3분기, 가을·겨울철인 4분기는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시기로 요금 정상화의 부담과 저항이 더 크다. 여기에 내년엔 총선이란 ‘복병’이 있다. 총선을 앞두곤 포퓰리즘이 더 기승을 부린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당, 기획재정부, 대통령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해 보면서 물건을 팔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표를 의식한 국민의당·대통령실, 물가 안정만 생각해 특정 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기재부가 에너지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우리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상태계가 파괴되면 그 책임은 국민의힘과 기재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산업부는 2일 박일준 산업부 2차관 주재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돌연취소했다. 3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간담회도 취소했다.

당정은 지난달 31일 서민생활 안정,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 채권시장 영향, 공기업 재무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조속한 시일 내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공기업 재무상황 재점검, 국제연료비 변동추이, 공기업 자구노력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 등에 시간이 소요돼 불가피하게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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