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소장 갑질, 법으론 못 막는다

입력 2023-03-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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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소속업체 달라 '직장 내 괴롭힘 적용' 어려워…"업무 고려해 사용자성 인정해야"

▲ 2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들이 관리소장의 갑질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70대 경비원이 관리책임자의 갑질을 호소하며 숨진 채 발견됐다. (뉴시스)
▲ 2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들이 관리소장의 갑질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70대 경비원이 관리책임자의 갑질을 호소하며 숨진 채 발견됐다. (뉴시스)

“민원인과 관리소장의 소속이 달라 해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는 데 무리가 있습니다. 인력 규모로 볼 때 영세한 관리업체가 경비업체의 ‘갑’이라고 보기도 어렵고요. 관리소장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면 노동법이 아닌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대응하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7월 관리소장을 부당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60대 아파트 경비원 ㄱ 씨는 고용노동지청에서 이런 답을 들었다. ㄱ 씨는 해당 관리소장으로부터 수 개월간 모욕, 부당한 업무지시, 휴게시간 간섭, 사직 종용 등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도움받을 곳이 없었다. 관리소장을 모욕죄로 고소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진정을 넣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내 포기했다. 당장 재취업이 급했고, 다른 곳에서 해결되리란 기대도 없었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관리소장의 갑질은 대표적인 법 사각지대다. 유사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이달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 선택했다. 동료 경비원들은 관리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엔 강원 원주시와 전남 여수시에서 관리소장의 갑질이 문제가 됐다. 여수 사례의 경우, 관리소장의 상습적인 욕설·폭언과 업무 외 지시에 3년간 퇴사자가 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비원에 대한 관리소장의 갑질은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 경비원과 관리소장의 소속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일반적으로 원청 사용자가 하청·협력업체 또는 파견·용역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 가령 구체적인 근로시간·장소를 정하거나 업무 지시를 내린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된다. 이는 불법파견으로, 원청 사용자에게는 하청·협력업체 등 근로자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부과된다. 이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도 가능하다.

반면, 아파트 관리소장은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주체로서 공용지분 유지·보수와 안전관리, 단지 내 경비·청소·소독과 폐기물 수거 등을 총괄한다. 경비원에 대해 합법적인 지휘권을 갖는 셈이다. 따라서 통상적인 업무 간섭으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간섭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해도 사용자성을 전제로 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특히 공동주택관리법상 경비원에 대한 입주자 대표 관리주체의 부당한 지시·명령이 금지되나, 처벌 규정은 없다. 관리주체가 갑질을 당할 때 구제 절차가 상세히 기술된 것과 대조적이다.

경비원 조직화를 추진 중인 정찬호 광주비정규직센터장은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지만, 강제성 없는 형식적 규정”이라며 “관리소장은 업무를 봤을 때 사용자 내지는 준사용자의 위치다. 직장 내 괴롭힘 규정에 한해서라도 관리소장을 사용자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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