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경제 전략 천명…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까지 바꾼다

입력 2021-09-07 16:22 수정 2021-09-07 16:24

200여 년 석유 에너지 시대 종말, 다양한 모빌리티 앞세워 전방위 공략 착수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 수소는 자동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주요 동력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사진제공=현대차)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 수소는 자동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주요 동력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이 2040년을 ‘수소 대중화의 원년’으로 천명한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물론,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걸쳐 관심이 폭증했다.

좁게는 자동차 기업의 경영전략 전환에 불과하지만 넓게는 미래 모빌리티를 앞세워 ‘재계 중심’으로 떠오른 현대차그룹이 다시 한번 그 당위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시야를 더 확대하면 지난 200여 년 동안 우리가 극단적으로 의존했던 석유 에너지의 종말을 의미한다. 현대차가 주도하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대적 전환도 시작됐다.

이런 수소 로드맵을 천명한 시점마저 "내부적으로 복잡한 셈법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수소 사회 청사진을 공개한 7일, 독일 현지에서는 세계 4대 모터쇼로 알려진 ‘IAA 모빌리티 2021’이 개막했다.

글로벌 산업계의 이목이 쏠린 행사를 통해 '수소 사회 대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발표하는 모습. 본격적인 수소사회 진입을 위한 청사진과 현대차그룹의 나아갈 방향을 확정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발표하는 모습. 본격적인 수소사회 진입을 위한 청사진과 현대차그룹의 나아갈 방향을 확정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경영전략 천명으로 뚜렷해진 방향성

무엇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과감한 경영전략은 물론, 작은 변화조차 주저하는 가운데 '선제공격'에 나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날 정 회장이 제시한 청사진에 따라 향후 제품 및 경영전략도 더욱 명확해졌다. 그동안 모호했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구분과 역할도 이제 영역을 확정했다.

예컨대 수소전기차의 최대의 장점은 '짧은 충전시간'이다. 3~4시간씩 걸리던 전기차와 달리 수소전기차는 20분 안팎의 짧은 수소 주입(65kW 기준)만 필요했다. 그러고도 400㎞를 거뜬히 달린다.

그러나 배터리 기술이 급진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충전 기술이 진일보하면서 일반 양산 전기차도 80% 충전에 40분 안팎이면 충분해졌다. 짧은 충전 시간이라는 수소전기차의 장점이 희석되는 순간이다.

▲소형 상용차는 현행처럼 배터리 전기차로, 대형 트럭은 수소전기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기반으로 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랙터의 모습. 캐빈(승객석) 뒷편에 수소탱크를 쌓아올리면 주행거리를 크게 연장할 수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소형 상용차는 현행처럼 배터리 전기차로, 대형 트럭은 수소전기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기반으로 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랙터의 모습. 캐빈(승객석) 뒷편에 수소탱크를 쌓아올리면 주행거리를 크게 연장할 수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결국, 이런 기술 특성에 따라 수소전기차는 상용차에 집중하기로 했다.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공간의 여유가 넉넉한 상용차는 수소탱크를 여러 개를 추가해 달 수 있다. 수소탱크 하나만 추가해도 약 200㎞를 더 달릴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현대차가 유럽에 수출한 수소전기 트럭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머무는 이른바 ‘캐빈’공간 뒤편에 수소탱크를 여러 개를 세로로 쌓아 올렸다.

상용차의 전면적인 전동화를 선언한 것도 이런 기술적 배경에서 나왔다. 1톤 트럭처럼 소형 전기차는 현재처럼 배터리를 활용하되, 수소탱크를 여럿 장착할 수 있는 대형 상용차는 수소전기차가 더 유리하다. 이를 앞세워 전체 상용차를 전기차, 또는 수소전기차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룹 총수가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주요 계열사의 수소 사회 진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왼쪽부터 100kW급, 200kW급). 이제 자동차를 넘어 선박과 열차, 항공기까지 수소 시스템이 확대된다.   (사진제공=현대차)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왼쪽부터 100kW급, 200kW급). 이제 자동차를 넘어 선박과 열차, 항공기까지 수소 시스템이 확대된다. (사진제공=현대차)

◇수소전기 시스템의 본격적인 영역 확대 추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서나”를 강조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 가운데 현재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곳은 한국의 현대차를 제외하면 일본 토요타와 혼다가 전부다.

사실상 시장 진입 초기에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향후 패권을 거머쥐게 된다.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향후 수소전기차의 기술 및 충전 표준을 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일본 토요타는 거대 중국시장에 주력 중이다. 중국 수소전기차 시장을 거머쥐기 위해 천문학적 지원과 전략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시장에 집중하는 대신 분야를 확대하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토요타가 중국시장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현대차는 수소전기 시스템을 열차와 선박, 항공기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레일러 드론 등 ‘e-Bogie(이-보기)’를 활용한 다양한 모빌리티  (사진제공=현대차)
▲트레일러 드론 등 ‘e-Bogie(이-보기)’를 활용한 다양한 모빌리티 (사진제공=현대차)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 가운데 PBV 구체화

이번 수소 로드맵 공개로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도 뚜렷해졌다. 실제 제품 전략이 나오면서 막연했던 청사진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최대 ITㆍ가전 전시회인 CES 2020을 통해 도심항공교통(UAM)과 허브(HUB),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전략을 밝혔다. 1년 8개월여 만인 이날 PBV 전략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전장 5~7m의 수소연료전지 PBV를 개발하고, 향후 상용차 부문에 자율주행과 로보틱스까지 결합해 사업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30년 PBV 시장 규모는 약 700만 대다. 한 해 동안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하는 양과 맞먹는다.

▲재난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레스큐 드론’은 인공지능과 수소의 다양한 활용성을 입증한다.   (사진제공=현대차)
▲재난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레스큐 드론’은 인공지능과 수소의 다양한 활용성을 입증한다. (사진제공=현대차)

이밖에 재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레스큐 드론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무인운송 '트레일러 드론'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 등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앞세운 전방위적 제품 전략도 이날 공개했다.

이날 재계와 자동차 업계는 각각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그동안 감춰왔던 ‘패’를 내보인 만큼 경쟁사에 또 다른 목표치를 제공할 수도 있다”라며 “2040년 수소 시대 진입이라는 목표조차 일정 부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정 회장은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라며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수소 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드론’.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물류 이동 기술이 접목돼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드론’.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물류 이동 기술이 접목돼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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