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일본인의 해외여행은 급감소
日 10명 가운데 2명만 여권 보유
한국의 여권 보유 비율 최대 63%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정작 해외 여행에 나서는 일본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인 10명 가운데 자신의 여권을 소유한 사람은 2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15일 일본 영문뉴스 재팬타임스와 일본정부관광국(JNTO)ㆍ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4268만36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5.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 사상 처음으로 4200만 명도 넘어섰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쓴 돈도 약 9조5000억엔(약 84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세계인의 발길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으나 정작 일본인의 해외여행 회복세는 더디다. 기록적인 엔화 약세와 해외 물가 상승이 겹친 데다, 코로나19 이후 여권을 갱신하지 않는 일본인이 늘면서 해외여행 자체가 멀어졌다고 재팬타임스는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인의 여권 보유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 때보다 낮다. 지난해 소폭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일본 외무성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일본 외무성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해외에 나갔거나 다녀온 일본인은 약 2008만 명에 달했다. 당시 기준 일본 인구(1억2600만 명)의 15.9%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2000년부터 해외여행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2024년에 해외에 나갔거나 다녀온 일본인은 1300만7000명 수준까지 회복했다. 다만 여전히 2019년보다 35%나 적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3월 기준 해외여행에 나선 일본인은 151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6.7% 늘어나는데 그쳤다. 다만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여전히 21.3% 부족했다. 일본 여행업계에서는 올해 해외여행객이 약 155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 목표가 달성된다 해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가장 큰 장벽은 환율이다. 엔화 가치는 지난달 1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미ㆍ일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150엔대 후반으로 돌아왔지만 일본 기업들조차 장기적인 엔저에 우려하고 있다. 엔화로 월급을 받는 일본인에게 미국이나 유럽 여행의 숙박·식사·쇼핑 비용은 그만큼 비싸진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여권을 갖지 않는 일본인도 많아졌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효여권은 약 2282만권으로 전년보다 117만권 늘었지만 전체 인구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일본의 여권 보유율은 약 24.0%였으나 2023년에는 17.3%까지 내려앉았다. 2024년과 2025년에 17.5%와 18.5%로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여전히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권 보유 비율이 63%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일본 관광산업에서는 결국 ‘두 개의 일본’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 중이다. 약한 엔화는 외국인에게 일본을 상대적으로 값싼 여행지로 만들지만 같은 환율은 일본인에게 해외를 비싼 여행지로 만드는 구조다.
결국 세계가 일본으로 들어가는 동안 일본인은 점점 국내에 머무는 일이 많아졌다. 일본이 관광대국으로 올라서는 화려한 숫자 뒤편에서 해외여행을 경험하는 일본인의 숫자는 아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