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너희 꺼야?" 일조권 소송 쓰나미 조짐

입력 2009-01-20 08:30 수정 2009-01-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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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재건축 단지 인근 저층 주민들 반발...'전운 감돈다'

"불만이 가득하죠. 한강이 자기네 것이냐는 게 이쪽 주민들의 불만입니다, 아마도 재건축 층수만 나오면 바로 소송 들어갈 겁니다" 압구정동의 한 저층 주택 단지 인근 중개업자의 이야기다.

한강 주변 재건축 단지의 고층 재건축이 허용된 가운데 재건축 예정단지 인근 저층 주택단지 주민들이 일조권 소송 불사를 외치고 있어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19일 서울시가 발표한 '한강 중심의 도시구조 재편 계획'에 따라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해지자 강남권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맞을 전망이다. 하지만 고층 재건축이 추진될 경우 기존 저층 주거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한강조망권이 가리거나 최악의 경우 일조권도 침해를 받게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만약 서울시의 계획대로 압구정, 여의도, 이촌, 자양, 합정 등 한강변이 모두 고층 아파트로 뒤덮이게 되면 '한강 조망'이라는 서울시의 공유자산이 자칫 이들 특정 재건축 단지의 전유물이 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재건축 단지 인근 저층 주거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최근 들어 재건축 등 도심지 가운데서 벌어지는 공사에 대한 분쟁이 잦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서울시의 대책에 따라 일조권과 조망권 소송 '대란'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동부이촌동의 경우 지구내 도로를 경계로 한강에 인접한 남측 단지와 이촌역 경원선 구간에 인접한 북측 단지가 나눠져 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한강맨션, 렉스, 왕궁, 삼익 등은 남측 부지에 있는 단지들로, 이들 단지가 만약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하게되면 단지 북측 부지의 한가람이나 코오롱, 강촌, 현대 등은 한강 조망이 매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경우는 타지역도 마찬가지다. 압구정동의 경우도 재건축 대상인 현대, 한양 등이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게 되면 이들 단지들에 비해 도로를 경계로 한블록 떨어져 있는 주거지역은 그만큼 한강과는 더 멀어진다. 이 경우 현재도 가뜩이나 '남의 땅'처럼 여겨지던 한강둔치를 사용하는 권한도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조직적으로 소송을 걸려는 분위기는 없다"면서도 "대단위 아파트가 건축되게 되면 무언가 반응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뚝섬길을 경계로 남북으로 나뉜 자양동의 경우는 반대다. 현재는 주거지역이 북측 부지에 있어 한강조망을 일부 얻고 있고, 남측부지는 노륜산 시장 등 저층, 상업지역이 혼재돼 있다. 만약 이들 재래시장에서 시장 재개발이라도 일어나게 될 경우 기존 아파트의 한강조망권이 완전히 가로 막히게 되는 것이다.

소송 '러시'가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 5년 새 일조권 및 조망권 관련 소송이 서서히 정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하더라도 주민들이 건설사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일조권과 조망권 관련 소송에서 원고측이 승소하는 경우는 없었다. 조망권과 일조권이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였던데다 침해가 우려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따지기 어렵고, 이를 배상할 경우 금전적으로 계산하기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조권 관련 소송에서 원고측이 잇따라 승소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조망권에 대해서도 원고측이 승소한 판례가 나오고 있어 인접단지의 초고층 개발이 자칫 소송 러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7월 서울고등법원은 서울 이촌동리바뷰 아파트 주민들이 GS한강자이가 들어선 다음 한강조망권을 잃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사상 처음으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이 판결은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고패소로 뒤집어졌지만 한강조망권을 고등법원이 최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기존까지의 법령 및 조례와는 달리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을 진행하게 될 경우 한강조망권 관련 소송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기존까지 없었던 특례가 적용되는 만큼 개정된 법조례에 따라 재건축되는 아파트는 초고층에다 한강 조망까지 독점, 조망권 프리미엄을 독식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

이촌동 현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을 볼 수 있다는 특권이 곧장 집값 프리미엄과 관련이 있는 현 상태에서 기존까지 없었던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진다면 이는 한강 조망이란 이촌동의 '공유자산'을 해당 단지가 독식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들 단지가 한강 옆에 있다고 세금을 더 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폭리가 주어져야 하는 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조망권과 일조권 관련 소송 방지를 위한 건설사들의 단지 배치도 한층 더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최근 들어 짓는 모든 아파트는 다 일조권이나 조망권, 소음 등에 관련한 소송이나 문제제기가 들어와 있다"라며 "특히 한강조망권 침해는 향후 폭탄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단지 배치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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