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혼자 빨리’보다는 ‘함께 멀리’

입력 2021-05-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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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2020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주민등록 인구가 감소한 최초의 해라고 한다. 학령인구의 가파른 감소로 지방 대학 위기도 가시화됐다. 반면, 수도권 인구는 늘어나 2019년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앞질렀다.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시선이 간다. 비대한 수도권을 견제하고 지역 간 자원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정책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나 됐기 때문이다. 현황 파악을 위해 관련 지표를 들여다보자. 2019년 기준 비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수도권의 93% 정도다. 비수도권 취업자 수는 1350만 명으로 수도권(1362만 명)과 비슷하지만, 대졸자 이상 비율(43%)은 수도권(52%)에 비하면 부족하다. 기업과 인재가 비수도권에 적절히 분산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같은 지표를 특정 ‘시점’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의 추이로 살펴보면 어떨까. 30년 전인 1990년대 비수도권의 1인당 GRDP는 수도권의 80%에 불과했고, 연간 수도권 인구 유입 규모(30만 명)는 지금보다 3배가 넘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지역 기업을 지원하는 테크노파크, 출연연구소 분원, 연구개발특구들이 등장하면서 지역에 혁신 인프라 자산이 차곡차곡 축적돼 왔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비수도권 GRDP가 수도권을 넘어선 적도 있으며, 2010년대 혁신도시 입주 시작 이후 몇 년간은 비수도권 인구가 순증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록 역대 정부의 노력이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바꾸기에는 부족했을지 몰라도, 이를 완화하고 늦추는 데에 기여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약하지만 이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그간 꾸준히 균형발전 씨 뿌리기를 해 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조차 하지 않았다면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을 것이다.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의 힘을 분산시킬 정책은 앞으로도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계승해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한 데 이어, 혁신도시 시즌2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지난 4년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 정책을 총괄 지원해 온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이에 발맞춰 2018년부터 국가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시작했다.

국가혁신클러스터는 산업 기반이 취약한 혁신도시와 인근의 산업 지구를 연계해 차세대 지역 성장 거점으로 키우는 것으로, 혁신도시 시즌2의 핵심 사업이다. 지난 3년간 120여 건의 기업 투자를 유치했는데 수도권 기업의 이전이나 지사·연구소 설립이 전체의 38.5%를 차지해 수도권 집중 완화 효과가 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부터 시작되는 국가혁신클러스터 2단계에서는 지역 내 배후 거점과 연계 외에 클러스터끼리의 협력도 고려해 보다 다층적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물론 한두 개 프로그램으로 클러스터 면모를 제대로 갖출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정책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기업 유치, 규제 개선, 정주 여건 조성 등 체감하는 성과가 있으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다.

하지만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기억해 보자. 유관 부처, 지자체, 이전 공공기관, 대학, 지역혁신 지원기관 등 이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다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내 자생적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가 날 것이다. 비수도권 전체가 더디지만 함께 발전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대한민국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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