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장은 못 지어주더라도

입력 2021-04-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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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혜택 등을 고려하면 정부에서 공장을 거의 지어주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강력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봐야죠.”

지난달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대해 한 취재원이 한 말이다. 흥미롭다고 느꼈던 건 취재원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기까지 대화 흐름이다.

불과 1시간 전 그는 “인텔 파운드리 진출이 미국 정부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닐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세계적 기업이 정부 압력 때문에 사업 향방을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혹시 모르니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분위기를 귀띔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전화가 왔을 때 기자가 들은 첫 마디는 “제가 완전히 잘못 짚었네요”였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패권 쟁탈전에 들이고 있는 노력이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모든 산업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자유경쟁' 원칙이 반도체 업계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웨이퍼'를 들어 올린 풍경 이면에는 시진핑 주석의 '기술 굴기'가 있다. 반도체를 산업이 아닌 안보 문제로 인식한 결과다. '반도체 속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미ㆍ중 패권 다툼에 가장 취약한 산업 구조다. 양국을 중심으로 한 밸류체인에 비슷한 비중으로 몸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이 흘러가는 산업 형세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산업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느라 선제 대응할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움을 표한다. 미ㆍ중 무역분쟁이 발생했던 2019년부터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일관적인 정책 수립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본만 해도 중국에 대한 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생산 거점을 분산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동남아 밸류체인 구성에도 힘썼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간 중간재 등에선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부분도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나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진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최근엔 정부의 긴급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요 경영진을 불러모았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이자 가장 큰 과제였던 인력 양성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내 경제와 수출을 떠받치는 '효자'다. '공장을 거의 지어주는 수준'까진 못 된다 해도 업계의 목소리를 새겨듣는 정도는 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대화가 아닌 실리 있는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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