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30 세대들의 쓴소리를 듣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등과 소통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좌표 찍기'로 도움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펨코리아 커뮤니티 유저 여러분을 찾아뵈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뉴시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1/04/600/20210413131401_1606777_1200_800.jpg)
김남국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펨코리아 커뮤니티 유저 여러분을 찾아뵈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에펨코리아는 동시 접속자가 5만~8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2030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축구 게임 '풋볼 매니저' 유저들을 중심으로 성장한 커뮤니티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 30대 남성의 63.8%가 오세훈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볼 때, 2030 남성 이용자가 많은 이곳은 반정권적 성향이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친문(親文)' 성향이었다가 '인국공·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반문(反文)'으로 돌아섰다.
김 의원은 "(에펨코리아가) 저에 대해서 가장 많은 비판을 하는 사이트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국회의원도 특별할 거 없고, 진짜 별거 없다. 다 사는 것이 비슷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 난해하고 심각한 법안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하지만, 또 편한 시간에는 가끔 배틀넷에 접속해서 스타도 하고 롤도 한다. 나이는 좀 먹었지만 20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더 가깝게 소통하고 민주당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솔직하게 갑자기 확 바뀌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 아시는 것처럼 당내 상황도 있고, '에펨코리아' 유저분들이 고민하시는 것처럼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그럼에도 듣고 싶다.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있으면 바꿔나가고, 민주당 내에 의원님들 생각을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생각을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남국 의원은 12일 방송된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미리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추진 중인 청년 세대 간담회에 민주당 지지자들만 오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지적에 "그렇게 안 하려고 저를 제일 욕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남겨 그분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려는 생각"이라며 "저희 지지자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의견을 더욱더 소중하게 듣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 의원이 직접 에펨코리아 커뮤니티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친여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딴지일보에 글을 남겨 에펨코리아 가입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딴지일보 게시판 캡처)](https://img.etoday.co.kr/pto_db/2021/04/20210413131401_1606779_570_539.jpg)
김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9일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당내에서 '2030세대의 불만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문제는 김 의원이 직접 에펨코리아 커뮤니티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친여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딴지일보에 글을 남겨 에펨코리아 가입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딴지일보는 김어준 씨가 만든 친문 성향의 커뮤니티다.
김 의원은 12일 딴지일보에 "에펨코리아를 포함해서 에브리타임 등등 여러 사이트에서 직접 소통하고 정말 우리 당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겠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말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딴게이(딴지 회원) 선배님들께서 말씀해주신 에펨코리아를 비롯해서 여러 커뮤니티 소통 창구를 함께 하겠다. 다들 가입해달라, 필수!"라고 적었다. 이는 에펨코리아 회원들과 소통할 때 자신을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의원의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좌표 찍기'로 여겨진다. 좌표 찍기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커뮤니티나 게시물 등에 이른바 '좌표'(위치)를 찍고 댓글을 달거나 비추천 테러를 하는 등 공격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에 에펨코리아 운영진은 "펨코(에펨코리아)에 좌표 찍기 하지 마시길 바란다. 정치인이 소통을 명목으로 타 사이트에 좌표를 찍는 행위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타 사이트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또한, 분란을 막기 위해 신규회원 가입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딴지일보 등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 회원들이 새로 유입되면서 커뮤니티 내 분쟁이 커질 가능성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에펨코리아와 소통하고 싶다고 밝힌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13일 "그냥 주변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커뮤니티가 일반 대중 중에서 ‘글 쓰고 놀 정도의 적극성이 있는 부분집합’ 정도라고 인식하면 되는데, 뭐 대단한 경향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친여 커뮤니티인 클리앙을 겨냥한 듯 "물론 ㅋ모 커뮤니티처럼 계속 물을 증발시켜서 소금 덩어리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는데 그건 예외"라며 "그냥 20대 남성에서 72%가 민주당 싫어하는 것 같으면 길 가는 20대 남성 100명 중 72명과 대화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빠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