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미의 ‘배짱’

입력 2020-09-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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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철 자본시장부

국내 공모주 시장을 뜨겁게 달군 카카오게임즈가 ‘개미’의 무덤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10일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 이후 11일 다시 상한가를 치면서 청약 증거금으로 53조 원이 모인 저력을 확인하는 듯 했다. 하지만 주말 지나 14일부터 18일까지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5거래일 연속 내리며 27.9% 급락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카카오게임즈를 372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매수 평균가 대비 21% 손실이 추정되는 상황이다. 단순 계산하면 740억 원가량 손해를 본 것이다.

이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개미들이 ‘배짱’을 부린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적정 주가를 3만~4만 원대로 제시해왔다. 현재 주가가 8만 원대 고점에서 6만 원대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이 추정한 적정 주가보다 높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도 주가가 다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은 연일 ‘사자’ 행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3월 대폭락 이후에도 지수가 연고점을 경신하는 급등세를 보이자 개인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초저금리 시대 3~5% 수익률에도 감지덕지하던 개인들이 웬만한 수익률에는 눈길도 주지 않게 된 것이다. 최근 증권사들로부터 연 7~9%대 금리로 빚내서 투자에 열 올리는 이유도 이보다 더 큰 수익률을 단기간에 뽑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9023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미의 관심사가 변동성이 큰 종목들에 쏠려 있다 보니 안정적 배당주는 그 어느 때보다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일례로 배당주인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공모가를 하회하는 주가로 인해 목표 배당수익률이 9%에 육박하고 있다. 증권가는 성장주의 가격 부담과 11월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 속 개미처럼 겨울을 나기 위해 내실 있는 곳간을 채울 때다. 변동성 장세에선 ‘배짱’을 부리기보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위험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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