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어나더 컨트리' 이해준·손유동 "가이·토미, 모두 내 안에 있다"

입력 2020-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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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제약 많지만 관객들께 항상 감사"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 토미저드 역을 맡은 배우 손유동(왼쪽)과 가이베넷 역을 맡은 이해준이 17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 토미저드 역을 맡은 배우 손유동(왼쪽)과 가이베넷 역을 맡은 이해준이 17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파시즘과 대공황으로 혼란스러웠던 1930년대 상류층 자제들만 모인 영국의 명문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 '어나더 컨트리'가 순항 중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공간적, 시간적 배경이지만 작품 속 학생들이 하는 고민과 보이는 행동은 왠지 오늘날에도 있을 법한 다양한 청춘의 군상 그 자체로 다가온다.

자유로운 영혼의 가이 베넷과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이단아 토미 저드가 극의 주축을 이룬다. 학생회 '트웬티투', 선도부 '프리펙트', 기숙사 '개스코인'까지 숨 막히는 시스템은 학교가 아닌 사회의 축소판과 같다. 같은 학생이 또 다른 학생을 억압하고 체벌하고 10대 학생이지만 벌써 영국 상류층 사회로 가고 싶어한다. 또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리펙트가 되지 못하는 모습까지 작품 안에 담겼다.

최근 서울 대학로 인근 카페에서 '어나더 컨트리' 속 가이 베넷 역을 맡은 배우 이해준과 토미 저드 역의 손유동을 만났다. 이번 작품에 캐스팅된 배우들은 750대 1의 경쟁률을 뚫어 화제가 됐다.

1980년대 영국에서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배우 콜린 퍼스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한 작품에 새롭게 합류하는 소감을 물었다. 이해준은 "부담된다"고 말했고 손유동은 "재밌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상반된 대답이지만 두 사람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어도 곧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은 두 사람과 일문일답.

- 가이는 억압된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르게 자유분방한 모습이지만 토미는 마르크스를 열망하는 사상가로 정적이고 무거운 느낌을 풍긴다. 실제 모습과 어느 정도 비슷한가.

이해준 "저는 가이랑 기본적으로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편인 게 닮았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반장도 했다. 주체적으로 나서는 걸 좋아하고 외향적이다. 그러면서도 저만의 것이 있다. 흔들리지 않는 모습도 닮은 것 같다."

손유동 "저는 '팩트'가 중요한 사람이다. 그 성향이 강한 건 아닌데 조금 있는 것 같다. 그걸 끄집어내면 토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할 말은 하는 성격이고 신념 있는 것도 비슷하다."

- 역할 연구는 어떻게 했나.

이해준 "원작 영화를 봤는데 연극 대본과 느낌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영화에서 가이는 분위기 있고 우울한 면도 있는 잘생긴 청년으로 나오는데 대본을 보니 아예 다른 인물이었다. 왜 연극이 먼저인데 영화와 다를지 생각하면서 비슷한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연극으로 보여줄 때) 입체감이 있으려면 장면마다 가이의 감정 변화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루하지 않고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이며 17살 어린 청춘이 고뇌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 가이는 온전한 인물 같지만, 감정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불안한 친구다."

손유동 "처음엔 완전한 아웃사이더를 표현하고 싶었다. 멋있지 않고 구석에 앉아서 머리도 안 감고 책만 읽지만, 애들이 한마디 하면 묵직하게 팩트 날리는 캐릭터 말이다. 그런데 워낙 잘 만들어진 토미가 있었고, 연출님 코멘트를 들으며 지금의 토미가 만들어졌다."

▲손유동은 '어나더 컨트리' 속 토미가 꿈꾸는 세상이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연기하면서 디테일한 감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손유동은 '어나더 컨트리' 속 토미가 꿈꾸는 세상이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연기하면서 디테일한 감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17살을 표현하고 있다.

이해준 "이 나이를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당시 영국의 학교 기숙사의 배경은 어땠을지 찾아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규율과 규칙에 억압돼 있었다. 영국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지켜야 할 게 많았고, 거기서 도태되면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와도 탄탄대로의 삶이 아니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상상하며 시작했다. 사실 가치관은 고등학교 때쯤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7살이라고) 아주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릴 때 나와 가이의 생각이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찾아봤다."

손유동 "토미는 신념이 확고한 친구다. 표현하지 않으면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한번은 캐릭터 변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정말 밝게, 적대감 가진 애들이랑 있을 때는 냉소적이게 표현했는데 예술 감독님이 캐릭터 무너진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다 보니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게 적으니 그 안에서만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표현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 가이는 이해준·강영석·지호림, 토미는 손유동·김찬호·문유강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서로의 가이와 토미가 보여주는 차별점을 말해달라.

손유동 "이해준이 표현하는 가이가 가장 '인싸적'이다. 화제의 중심에 있었을 것 같다. 레드 카펫 위에 서 있을 것 같은 가이 베넷이다."

이해준 "형은 츤데레 같은 느낌이다. 제가 어떤 일을 벌이면 다 처리해준다. 제일 든든한 토미다. 같은 88년생이기도 해서 현실 친구 같은 느낌도 좀더 있는 것 같다."

- 이해준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손유동은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을 동시에 해내기도 했다.

손유동 "연습할 때 이상한 감정이 들었던 적이 있다. 공산주의가 변질되고 몰락하는 시기에 '미드나잇'의 '맨'이 있다. 그런데 결국 그 친구는 죽는다. 하지만 맨은 토미가 꿈꾸는 시대에 살았다. 토미는 그 시대를 완전히 신봉한다. 그렇게 똑똑한 친구가 믿었던 다른 세상은 결국 붕괴될 거라는 걸 저는 이미 전작에서 경험해버린 거다. '미드나잇'에서 '유토피아'란 노래가 있다. 꿈꿨던 세상은 결국 없었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작품을 하면서 좀 더 디테일한 감정이 생겼다."

▲이해준은 가이와 자신의 공통점을 찾는 과정을 거치면서 17살의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해준은 가이와 자신의 공통점을 찾는 과정을 거치면서 17살의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해준 "35일이란 짧은 시간 동안 피아노를 독학했다. 같이 연기한 (박)규원 형은 피아노를 전공했고 (정)욱진이는 피아노를 워낙 잘 치는 친구여서 저 혼자 엄청 고민을 해야 했다. 오히려 공연을 하는 석 달 동안 피아노 실력이 더 늘었다. 정말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금도 까먹지 않으려고 자기 전에 한 번씩 피아노를 친다. 시간이 되면 피아노 취미반을 다니고 싶다."

- 현재 두 사람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손유동 "건강이다. 너무 건강하단 생각에 과신하며 살았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직후부터 '미드나잇'까지 식도염하고 결절로 고생했다. 가성으로 예쁘게 소리를 내야 하는 노래가 있었는데, 지금 하면 쉽게 부를 텐데 잘 안됐다. 언제 한번 해명하고 싶었다.(웃음) 무릎도 많이 안 좋아졌다. 삶을 그냥 살면 안 될 것 같다. 챙기는 삶을 살아야겠다. 어떻게 보면 소모성이 심한 직업이다 보니 채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해준 "저도 마찬가지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요샌 책을 읽는다. '배려의 말들'이란 책이 참 좋은 것 같다. 예전엔 숙제로 독서를 했는데, 지금은 읽고 싶을 때 5페이지든 10페이지든 읽는다. 처음엔 억지로, 의식적으로 읽었는데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다."

- 두 배우의 공연을 보면서 '대학로 티켓파워'도 느낀다. 공연을 보러 오는 팬들을 보면 어떤 마음인가.

이해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공연 보러 오시는 데 제한이 많아졌다. 관객도 사실 많이 줄었다. '퇴근길'(배우가 공연을 마치고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드백은 받지 못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보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감사하다."

손유동 "늘 감사하다. 더는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뻔하고 식상하지만,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 마스크 쓰고 있는 관객의 모습이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게 너무 속상하다."

▲손유동은 이해준을 '가장 인싸적인 가이'라고 했고, 이해준은 손유동을 '가장 든든한 친구'라고 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손유동은 이해준을 '가장 인싸적인 가이'라고 했고, 이해준은 손유동을 '가장 든든한 친구'라고 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두 사람의 페어를 가리키는 애칭이 있나.

이해준 "아직 없다. 무엇이 있을까. (함께 고민했다.) '해동' 페어 어떤가. 마음을 녹이는 페어다. 저희 페어가 가장 많이 남았다."

손유동 "몰랐는데 지나쌤(이지나 연출)이 트위터에 이번에 끝나면 몇 년 후에 한다고 하셨다더라."

이해준 "귀해졌다. 삼연(3번째 시즌)을 기대하게 하려면 마무리를 더 잘해내고 싶다. 이제 한 달 좀 넘게 남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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