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흔들리는 中성공신화] ‘자만하다 밀렸다’ 반성… 中맞춤형 SUV 개발 전열 재정비

입력 2017-06-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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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SUV인데 세단 주력 오판에 5월 글로벌 판매 14.2% 감소…시장 특성 반영한 신모델 개발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가 주춤하고 있다. 판매량은 반토막 난 지 오래이며 시장점유율도 날로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중국 시장 전략을 완전히 다시 짜지 않는다면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차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나아가 중국 시장 재탈환을 위한 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통으로 알려진 세계적 디자이너를 영입했으며 하반기 선보일 신차 라인 업 확대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현지 기업과 손잡고 중국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해 나갈 전략도 세웠다. 현대차의 이 같은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바이두 전시장 내 ‘바이두 맵오토’와 ‘두어 OS 오토’가 시범 적용된 현대차 중국형 싼타페.
▲바이두 전시장 내 ‘바이두 맵오토’와 ‘두어 OS 오토’가 시범 적용된 현대차 중국형 싼타페.

◇ 현대차, 중국 성공신화 ‘흔들’…“사드보복은 핑계”= ‘현대속도’, ‘현대 기적’…. 중국시장에서 이뤄낸 현대차의 성공 신화를 가르키는 표현들이다. 실제 현대차가 중국에서 거둔 성공은 눈 부실 정도다.

중국 진출 2년 만에 10만 대 생산을 달성했다. 중국 내 자동차 회사 중 최단기간에 이뤄낸 성과다. 2012년에는 연간 100만 대 생산 시대도 열었다. 불과 10년 만이었다.

폴크스바겐과 GM의 중국 합작사인 상하이폴크스바겐이 연산 100만 대를 갖추는 데 25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기록은 단연 돋보인다.

2015년에는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돌파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문화적 배경이 유사하다.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 기업에 비해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자만했던 탓일까. 현대차의 급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올 들어 중국시장 판매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3월 글로벌 판매 실적(내수+해외)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4월에는 감소폭이 더 확대돼 11.7% 줄었으며 지난달에는 14.2% 감소했다.

기아차도 3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두 회사의 실적이 감소한 데는 중국시장 판매량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4월 중국 판매량은 5만159대로 전년 동월보다 65.1%나 줄었다. 5월 판매량 감소도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이다.

◇ 중국 판매량 급감…전문가들 “전략 실패에 따른 것”= 현대차 실적이 급감한 지난 3개월간 중국 자동차 시장은 오히려 호황이었다. 지난달 말만 하더라도 현대차의 5월 판매량(중국자동차협회 자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감소했으나 지리자동차와 상하이자동차는 각각 118%, 95% 증가했다.

이들 현지 업체뿐만 아니라 벤츠와 BMW도 판매량이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현대차 측은 ‘사드(THAAD)’ 후폭풍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사드는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차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세단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SUV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10종 가운데 무려 4종이 SUV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특성상 험난한 지형이 많은 데다 최근 여가활동을 즐기는 중국인이 늘면서 SUV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SUV 모델 수는 160가지나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지 브랜드 업체와 탄탄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완성체 업체 사이에서 포지셔닝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독일과 일본 다음 수준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가성비를 내세우며 중국 시장을 공략해왔으나 중국 현지 브랜드 업체들의 기술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이 시장마저도 빼앗기게 됐다.

▲사이먼 로스비 중국기술연구소 현대차 디자인 담당 상무.
▲사이먼 로스비 중국기술연구소 현대차 디자인 담당 상무.
◇ 중국통 디자이너 영입·현지 업체와 협력…“전열 재정비 중”= 그런데 최근 현대차가 달라졌다. 전략 변화를 통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브랜드 고급화를 시도하는 한편, 중국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춘 전략형 모델 확대를 통해 부진을 탈피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사이먼 로스비 전 폴크스바겐 중국 디자인 총괄을 중국기술연구소 디자인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로스비는 2008년부터 10년 가까이 폴크스바겐 중국 자동차 디자인 전략을 지휘했다.

폴크스바겐 중국 전용 모델 산타나와 뉴 라비다, 파사트, 라만도, 피데온 등이 그의 작품이다. 로스비 신임 상무는 현대차 중국 디자인 전략을 새롭게 세우고, 중국 시장 특성을 반영한 현지 전략 모델 디자인 개발을 담당할 예정이다.

신차도 대거 내놓을 작정이다. 중국 현지 브랜드는 매년 70종 이상의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한두 개 신모델로는 현대차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현대차는 올해 전년 대비 3종이 늘어난 7종의 신차를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중국 전략형 SUV인 ix35(투싼급ㆍ현지명 신이따이 ix35)와 기아차의 중국 전략 소형차 K2의 SUV 모델인 K2 크로스 등 SUV 라인업도 강화한다.

오는 9월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모터스튜디오 개관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미래 먹거리 마련에도 나섰다.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바이두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개발에 나선 것이다. 바이두와의 협업을 통해 현대차는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커넥티드카 개발 전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 기기에 관심이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주력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동차 산업도 커넥티드카 개발 경쟁이 뜨겁다”며 “바이두와의 협업을 계기로 중국 내 차량 정보기술(IT) 선도 기업으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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