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을 이끄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도현 LG전자 사장은 활짝 웃었지만,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조남성 삼성SDI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5.08% 증가했다. IM(IT·모바일), 가전 등 세트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의 실적이 고루 개선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올해 1·2분기 모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인시켰다.
업계에서는 권오현 부회장이 그동안 실행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삼성전자의 승승장구를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잘할 수 있는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고, 못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철수하는 결단력이 실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특히 권 부회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각종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실적 안정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도현 LG전자 사장도 크게 웃었다. LG전자는 상반기 1조89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단숨에 10위권에 진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98.39%) 가까운 실적을 올린 것이다.
LG전자의 호실적 배경에는 정도현·조성진·조준호 사장의 ‘3인 경영’이 있다. 이 중 조성진 사장이 지휘하는 H&A(홈 어플라이언스&에어 솔루션) 사업본부는 트윈워시 세탁기와 듀얼 에어컨, 얼음정수기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 상반기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했다. 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한다. 세계 주요 가전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상장사 중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조남성 삼성SDI 사장의 표정은 침통하다.
삼성SDI의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는 7579억 원으로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중대형 배터리의 적자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실적 개선을 지연시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2017년에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욱 사장이 이끄는 SK하이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면서 10위권 밖(12위)으로 밀려났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146억 원으로 65.77% 감소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3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구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진 쇄신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