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이를 웃게 하자] 美 피해아동 격리보호 ...귀가 전 재발 위험 철저 관리

입력 2016-07-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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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가해자 처벌·교육 병행... 가족관계 재활에 초점

2015년 12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초등학생 감금 학대 사건 발생 이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경찰청은 의무교육 미취학 및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287명의 아동이 교육적 방임에 노출됐거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발생한 중대한 아동학대 피해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14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152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480건)보다 45.5%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피해 회복이나 사후 관리에 있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20년간 아동학대 피해 구제 활동을 해온 김정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과거와 비교하면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에 법적으로 아동 학대가 명시돼 있지 않아 아동 학대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과거에는 현장 조사를 나가면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는 것에 대해 개입한다고 오히려 훈계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아동 학대 신고만으로 경찰에서도 적극 개입하고, 아동 학대를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피해 아동에 대한 사후 관리다. 전문가들은 해외의 아동 학대 보호 체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촘촘한 사후 관리 서비스를 꼽았다.

김 본부장은 “영미권이 역사적으로도 우리보다 앞서긴 했지만 아동복지 관련 예산을 굉장히 많이 투입하고, 학대 피해 아동 보호 환경 개선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학대 피해 후 아동을 격리 보호해 치료하고, 분리된 상태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단순히 법원 판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례 관리를 하고 사후에도 폭력이 계도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가정으로 돌려보낸다”며 “법원이 중심이 돼 친권 제한을 명령하고 회복에 대해 결정하고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아동 학대 사례를 연구해 온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법원이 벌금형만 선고하고 사후 관리를 하지 않은 채 아동을 가정에 돌려보내 문제를 낳고 있다”며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아동 학대 신고를 처벌하는 과정에만 매달리고 그 이후 관리에는 아무도 신경을 못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사후 관리는 아동보호기관이 아닌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이 담당하지만 우리는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오롯이 담당하고 있다.

신고가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자신이 담당한 사례 아동 관리와 함께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담원 1인의 학대 피해 아동 사례관리 건수는 2014년 평균 66.5건이며, 많게는 1인당 117.5건에까지 이른다. 미국은 상담원 1인당 15건을 맡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상담원 수 증가, 인프라 확충 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미 발생한 사건 신고 접수와 현장 조사에만 치우칠 수밖에 없고 사례 관리는 불가능하다.

미국 텍사스 주 사법제도를 보면 피해 아동이 집으로 돌아가기 30일 전부터 아동보호국(CPS)이 사례 관리 계획을 세우고 아동의 귀가 후에도 가족관계의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학대 위험요인에 대한 주기적 평가도 실시한다.

뉴욕도 18세 미만 아동 학대 사건은 주정부에 등록하도록 하고, CPS가 우선적으로 아동을 보호하고 가족의 재활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성공적이지 않거나 개입을 거부하면 즉각적으로 법원이 개입해 아동을 분리시키거나 학대 부모에게 퇴거명령과 함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의 경우 아동 보호를 위한 공적 개입의 중심이 법원에서 행정청으로 넘어간 뒤 다시 법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프랑스도 아동 보호를 위한 처분은 지역심의회를 통해 형식적인 개입을 1차적으로 하고 이것이 미흡하면 사법적으로 개입한다. 독일도 아동청소년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는 가정 법원이 중심이 돼 실시한다.

아동 학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가해자에게 처벌뿐만 아니라 적절한 심리 치료와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처벌과 치료, 교육을 병행해왔다. 우리도 늦게나마 2014년 9월 시행된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법원이 가해자에게 전문적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형사 처분과 별도로 학대 행위자에 대한 교육, 정신 질환 및 약물 중독 치료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동 학대가 발생한 가정은 이런 서비스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거부할 경우 벌금 등을 물어야 한다.

스웨덴은 부모에게 양육 기술을 교육하고 학대를 당한 아동은 한 달에 1~2주씩 다른 가정에 머물며 적절한 지원을 받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지방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간기관이 치료비용을 지원한다.

선진국은 아동 학대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 나아가 지역과 국가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아동 학대에 필요한 치료와 교육, 지원을 포괄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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