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던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진행차로를 가로막았더라도, 뒤따르던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우회하려다 사고를 냈다면 책임이 더 크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조기열 판사는 안모 씨 가족 4명이 2곳의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보험사들은 안 씨 가족에게 총 8577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안 씨는 2012년 12월 자신의 화물차량에 가족들을 태운 채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결빙구간에서 미끄러졌다. 이 때 뒤따라오던 두 대의 차량이 안 씨의 차량을 연이어 들이받았고, 안 씨는 이 사고로 폐색전증 등의 상해를 입었다. 안 씨는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은 차량이 가입한 보험사들을 상대로 치료비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보험사들은 안 씨가 입은 상해는 본인의 과실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판사는 이들이 낸 사고가 안 씨의 상해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1차 사고를 낸 운전자가 진행방향 전방 차로를 가로막고 정차한 안 씨의 차량을 미리 발견했으면 사고를 피할 수 있도록 속도를 줄이고 전방주시 의무를 다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만연히 3차로 등으로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진행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안 씨 역시 노면이 결빙돼 미끄러운 지점에서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정확히 조작해 안전하게 운행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해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정차한 후 고속도로 3차로를 가로막고 있다가 1차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며 보험사의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