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혼밥' 늘면… 대치동 집값 떨어진다?

입력 2015-12-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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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혼자 '검은사제들'을 봤습니다. 올해 CGV에서 혼자 영화를 본 사람이 940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지난 12일 혼자 '검은사제들'을 봤습니다. 올해 CGV에서 혼자 영화를 본 사람이 940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영화관 직원 :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나 : “한 명이요”
영화관 직원 : “복도 끝 왼편 상영관으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혼자 영화를 볼 계획이 있던 건 아닙니다. 당직에 걸린 신랑은 새벽같이 회사에 갔고, 옆 동네 사는 친구는 스키장에 있었습니다. 좁고 깊은 인맥을 총동원해 카톡을 보냈는데 “결혼식 가야돼”, “모임 있어”란 답이 돌아오더군요. 하긴, 집에 있기엔 햇빛이 아까울 정도로 화창한 토요일이었습니다.

→ 스키장에 있었던 제 친구는 ‘싱글’입니다. 결혼식에 간 동기는 ‘돌싱’이고요. 저도 결혼하긴 했지만 그날만큼은 ‘혼자’였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06만 가구에 이릅니다. 전문가들은 2020년엔 1인 가구가 588만 가구(16% 증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증가율(1.6%)보다 10배 빠른 속도입니다.

소파에 누워 ‘응답하라 1988’을 봤습니다. 거금 3000원을 결제했죠. 두 편의 복습이 끝나고 창밖을 보는데 찬 공기에 녹아드는 볕이 아주 예뻤습니다. 갈 곳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일단 나가자’ 하는 마음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출근할 때보다 눈 화장도 더 신경 쓰고 립스틱도 정성 들여 발랐죠.

→ ‘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이 15%(닐슨코리아 집계)를 돌파했습니다. ‘응팔’의 인기는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같은 시대를 살아온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싱글족은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랩니다. 집에 있는 재료로 그럴싸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집밥 백선생’과 ‘냉장고를 부탁해’도 1인 가구를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우선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습니다. 카페인 섭취를 못 한 지 24시간이 지났었거든요. 스마트폰으로 사이렌 오더를 넣고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봤는데 혼자 커피 마시는 사람이 참 많더군요. 학생이 절반이었고, 책 읽는 사람이 나머지 반이었습니다.

→ 싱글족은 유행에 민감합니다.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모바일과 온라인 접속 빈도(connection)가 상당히 높습니다. 지난해 모바일 쇼핑시장이 55조원까지 급성장한 것도 1인 가구 증가와 무관치 않습니다.

(출처= tvN '응답하라 1988')
(출처= tvN '응답하라 1988')

커피를 받아와 저도 독서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입니다. 두 번째 정독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더 어렵습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뱃속에서 1시간째 울려대는 ‘꼬르륵’ 소리를 더는 외면할 수 없겠더군요. 주위를 보니 사람들이 커피와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옆 편의점서 파는 혜리 도시락에 버금가는 가격이었지만 밥 생각이 없어 스콘 하나를 사와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80.5%를 기록했습니다. 1만원을 벌어 8500원을 쓴다는 얘기입니다. 2인 가구 대비 소비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주거비와 식비로 조사됐습니다.

따뜻한 스콘은 차갑게 식은 커피와도 제법 잘 어울렸습니다. 허겁지겁 먹은 건 아니었는데 빵 부스러기가 책 사이로 떨어지는 게 못마땅하더군요. 결국 책을 덮고 폰질을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20 PICK’에 들어가 인테리어 팁을 정독했습니다. 키워드는 크리스마스 ‘벽 트리’였습니다. 결국 소셜에 들어가 ‘앵두 전구’를 샀습니다.

→ 싱글족이 늘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축물 유지·보수를 포함한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올해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1980년 2조원, 2008년 16조 7000억원으로 연평균 7.8%씩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영화 관련 포스트를 열었습니다.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후광 논란을 다룬 글이었습니다. 아무리 강동원이지만 후광에 종소리는 좀 오버입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CGV 앱을 켜고 가장 빠른 2시 35분 영화를 예약했습니다.

→ 올해 CGV에서 혼자 영화를 본 사람은 9400만명(누적)이나 됩니다. 전체 관람객의 8.6%죠. 2012년과 비교하면 그 수가 24%나 늘었습니다. 전체 관람객 증가율(9%)보다 3배 더 높습니다. 우리보다 1인 가구 증가를 더 빨리 경험한 일본은 30·40대들의 미디어 콘텐츠 지출이 1400엔(1만 3700원)이나 됩니다. 전 세대 평균(700엔)의 두 배입니다.

(출처=CGV)
(출처=CGV)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스물일곱에 신랑을 만난 이후 늘 제 옆엔 누군가 있었습니다. 대학 동기 단톡방에 영화 예약화면을 캡처해 올렸습니다. “신랑이랑 싸웠냐”, “혼자 영화 보는 게 집중이 더 잘 된다”란 답장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한 녀석이 “우리 동네 싱글족 많아. 집값도 싸. 이사 와”라고 말하더군요. 30대 중반의 ‘미생’ 고민이 뭐 특별할 게 있겠습니까? 늘 그렇듯 우리의 대화는 ‘기-승-전-집값’으로 이어졌습니다.

→1인 가구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KB부동산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85㎡ 이하의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9%를 기록했습니다. 대형 아파트(85㎡ 초과, 1.2%)보다 배 이상 뛴 겁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학군을 따지지 않습니다. 자녀가 없으니 굳이 ‘강남 8학군’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집을 고를 때 직장에서는 얼마나 먼지, 주변에 대형마트는 있는지, 어려움 없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시합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변화에 싱글족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마터면 영화 못 볼 뻔했습니다. 역시 동기 수다는 블랙홀입니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영화관에 도착했습니다. 영화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후광도 못 보고, 종소리도 안 들렸지만 ‘강동원은 잘생겼다’란 명제를 또 한 번 확인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1층을 눌렀습니다.

로비로 나오니 허기가 밀려왔습니다. 온 종일 바나나 두 개와 스콘 한 개 밖에 못 먹었으니까요. ‘빨리 가서 밥 먹자’란 기대감이 ‘집에 밥 없다’란 깨달음으로 연결된 건 1초도 안 돼서였습니다. 곧바로 안양 중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지난주 ‘집밥 백선생’서 봤던 어묵을 샀습니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반찬 미역줄기도 장바구니에 담았고요. 육개장이 먹고 싶었는데 새댁 1년 차에겐 히말라야만큼이나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양지에 고사리, 토란대, 숙주까지 들어가는 것도 참 많더군요. 결국 끓는 물에 덥히기만 하면 되는 레토르트 육개장을 사 들고 시장을 빠져나왔습니다.

→ 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국내 가정 간편식 시장(Home Meal Replacement) 규모는 2010년 7747억원에서 지난해 1조 300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내년 신세계푸드와 롯데푸드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38.9%, 13.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출처=MBC '나 혼자 산다')
(출처=MBC '나 혼자 산다')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더군요.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뭔가 모르는 뿌듯함(?)이 밀려 들었습니다. 오롯이 저만 생각한 10시간의 ‘혼자 놀기’였습니다. 건설적인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몇 문장을 호흡 없이 쓴 글에 마침표가 찍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맥주 한 모금 못 마시는 신랑을 떼어놓고 조만간 혼술(혼자 마시는 술)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수습 때 자주 가던 명동 이자카야가 아직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주인장이 좋아하는 김동률 노래와 난로 속 나무타는 냄새. 탱탱한 어묵에 뜨끈한 히레사케.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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