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의 노크] “AIIB 참여 고민, 우물쭈물하더니 이럴 줄 몰랐나”

입력 2015-03-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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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요 며칠 새 계속 떠오른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예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참여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모습을 이처럼 잘 표현한 문구가 또 있을까요.

2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IIB 창설을 공표한 이후, 중국은 한국에 참여를 요청해왔어요. 작년 여름에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한국의 AIIB 가입은 주요 안건 중 하나였죠.

당시만해도 정부의 자세는 꼿꼿하기만 했죠. 한 정부 관계자는 “급한 건 우리가 아니라 중국”이라며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어요.

그런데 불과 1년도 채 안된 지금, 정부가 급한 불을 꺼야 할 입장이 됐어요.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서방선진 7개국(G7) 중에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참여 의사를 밝혔어요. AIIB에 참여하겠다고 한 국가만 30곳이 넘었어요.

이제 정부는 정해진 숫자를 제일 마지막에 호명하는 사람이 벌칙을 받는 ‘눈치게임’ 마냥, 주변 눈치만 보게 생겼어요. 여기에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현안까지 풀어야 하니 문제가 제대로 꼬였죠.

중국의 ‘자본’과 미국의 ‘안보’ 요구를 동시에 수용하면서 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타협점을 찾기란 쉽지 않겠죠. 그러나 지금 여기서 지체한다면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AIIB 조직을 견제하고 있는 경제대국 미국이 한마디 했네요. “AIIB 가입 여부는 주권국이 결정하라 문제”라구요. 이제 더 이상 우물쭈물할 때는 아닌 것은 분명하네요. 정부가 실익을 거두는 방향으로 결단력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봐야죠.

그런데 버나드 쇼가 어디선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 보니 어떻게 될 지 내 알겠네”라며 웃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은 왜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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