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없는 벚꽃 축제…“꽃놀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4-03-25 16:44 수정 2024-03-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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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서 관광객이 벚꽃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서 관광객이 벚꽃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락가락하는 기온 탓에 다들 당황하셨죠. 지난 주말 동안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특히 서울은 23.4도로 5월 기온을 보였는데요. 25일은 기온이 전날보다 5도에서 10도 정도 뚝 떨어진 데다가 비까지 내리면서 다시 쌀쌀해졌습니다.

앞서 16일에도 한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오르내리는 완연한 봄 날씨가 나타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인 18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졌죠. 한파특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5도 이상 하강해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됩니다. 최근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탓에 꽃망울도 터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벚꽃을 포함한 봄꽃이 올해 일찍 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행사 시기를 조율했던 지자체들은 난감한 상황인데요. 지구 온난화로 기후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탓입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개화 시기는 과일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흐린 날씨를 보인 24일 오후 제주 도내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제주시 전농로 일원을 찾은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흐린 날씨를 보인 24일 오후 제주 도내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제주시 전농로 일원을 찾은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벚꽃 축제 곳곳에서 열렸지만…활짝 핀 벚꽃은 어디에?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경남 진해군항제는 진작 개막했습니다.

24일 경남 창원시와 군항제위원회 등에 따르면 ‘제62회 진해군항제’ 벚꽃 개화율은 이날 오전 기준 15% 수준에 머물렀는데요. 꽃이 핀 나무가 10그루 중 2그루에도 못 미친 셈입니다. 전야제가 있었던 22일과 개막일인 23일 개화율은 5~10% 수준이었죠.

무려 36만 그루의 벚꽃을 자랑하는 창원시 진해구는 군항제 기간에만 4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대표 벚꽃 명소입니다. 진해군항제는 통상 매년 4월 1일 개막했는데요. 2019년엔 개막일이 하루 빨라졌고. 지난해에는 3월 2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4월 3일까지 열렸습니다.

올해는 온화한 겨울 탓에 꽃이 빨리 필 것으로 예상, 축제 일정을 더 앞당겨 역대 가장 이른 3월 23일에 막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개막일에 활짝 핀 벚꽃을 찾아보긴 어려웠는데요. ‘벚꽃 없는 벚꽃축제’라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진해군항제에는 450만 명의 역대급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 상인들도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진해군항제는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지지만, 창원시는 벚꽃 없는 축제라는 지적을 고려해 축제 기간 동안 벚꽃이 만개하지 않으면 축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울산에서도 ‘제5회 작천정 벚꽃축제’가 23일 개막했습니다. 이날 작천정이 위치한 울주군 삼남읍의 경우 낮 기온이 23도 안팎을 보이는 등 날씨는 포근했고 햇살도 따뜻했지만, 벚꽃은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상태였죠. 작천정 벚꽃 축제는 31일 폐막하는데요. 최악의 경우 최대 1주일 동안 벚꽃이 없는 축제로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도통 피지 않는 꽃에 아예 축제 일정을 미룬 곳도 있습니다. 경북 경주시는 ‘대릉원 돌담길 벚꽃 축제’를 22일부터 24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일주일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강원 강릉시도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열 예정이던 경포 벚꽃 축제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죠.

지난해보다 엿새 이른 29일 개막하는 ‘영등포 여의도봄꽃축제’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가 기상 영향으로 일주일 정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한 민간 기상 업체는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를 다음 달 3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여의도 봄꽃축제는 2일 폐막할 예정입니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1도까지 떨어지는 등 꽃샘추위가 찾아온 18일 서울 여의도역 일대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1도까지 떨어지는 등 꽃샘추위가 찾아온 18일 서울 여의도역 일대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변덕 날씨·적은 일조량 탓에…“기후 변화 진통 커진다”

벚꽃 개화 시기가 예상을 벗어난 건 최근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진 데다가 일조량이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꽃이 개화하려면 따뜻한 날씨가 일정 기간 이어져야 하는데, 날이 온화하다가도 꽃이 필 새 없이 꽃샘추위 등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강수량이 늘고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지난달과 이달 초순 일조량까지 예년보다 줄어들기도 했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1~7일가량 빠른 3월 말 정도로 예상됐습니다. 기온 상승에 따라 봄꽃이 일찍 개화할 것으로 점쳐진 건데요. 지난해에도 벚꽃이 예상보다 일찍 피면서, 벚꽃 축제 개막식이 벚꽃이 지는 시기에 열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지자체들도 올해 축제 시기를 지난해보다 앞당겨 행사 일정을 짠 겁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벚꽃이 지난해보다 늦게 개화하면서 예상을 빗나간 건데요. 이상기후로 인해 벚꽃 개화 시기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거죠.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벚꽃은 특히 장기적인 날씨가 아니라 단기적으로, (꽃이) 필 때 기온이나 일조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올해는 평년보다 일조량과 기온이 낮다 보니 개화가 늦어지는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결국 벚꽃이 피는 시기는 빨라질 것이다. 문제는 ‘그때그때 그해 3월의 기온이 어떻게 되느냐’다. 전반적으로 기온은 상승하는 가운데 기후변화의 진통은 커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과와 감귤, 배추 등 농산물 물가가 크게 뛰면서 생산자 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1.83)보다 0.3% 상승한 122.21(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작년 12월(0.1%)과 올해 1월(0.5%)에 이어 3개월쨰 오름세다. 전월 대비 등락률을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2.6%), 수산물(2.1%), 석탄·석유제품(3.3%), 서비스업 중 금융·보험(0.6%) 등이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되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사과와 감귤, 배추 등 농산물 물가가 크게 뛰면서 생산자 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1.83)보다 0.3% 상승한 122.21(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작년 12월(0.1%)과 올해 1월(0.5%)에 이어 3개월쨰 오름세다. 전월 대비 등락률을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2.6%), 수산물(2.1%), 석탄·석유제품(3.3%), 서비스업 중 금융·보험(0.6%) 등이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되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상기후, 벚꽃만 문제 아냐…“세계 경제 민감하게 반응”

더 큰 문제는 이상기후에 개화 시기만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사과 농가는 이번 벚꽃 개화 시기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통상 농장 근처에서 벚꽃이 핀 뒤 10~15일이 지나면 사과꽃이 피기 때문인데요. 벚꽃처럼 사과꽃이 빨리 피면 된서리를 맞아 열매 맺기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지난해에는 벚꽃이 이르게 피면서 보통 4월 말에 피는 사과꽃이 4월 초~중순부터 피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뒤늦게 찾아온 꽃샘추위에 기록적인 폭우가 더해지면서 사과 농가는 시름을 앓아야 했습니다. 사과 생산량 저하는 곧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고, 제수용 사과 가격이 50~100% 뛰어오르면서 명절 밥상 물가까지 끌어올렸죠.

과일을 비롯한 농축산물이 소비자 물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가량인데요. 농식품 물가는 생산자의 소득과도 연계되면서 향후 물가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상기후가 물가 상승까지 초래하는 셈입니다.

사과 가격이 금값과도 비견되는 만큼, 정부도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사과(후지·상품) 10개 소매가격은 2만4250원으로 일주일 전인 15일보다 11.6% 내렸는데요. 사과 소매가는 아직 1년 전보다 5.7% 높고 배는 44.4% 높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도매가격은 아직 1년 전보다 2배 이상 높은 탓에 여름철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이미 지난 겨울철 전국 평균기온은 섭씨 2.4도로 평년(0.5도)보다 1.9도나 높았고, 강수량은 236.7㎜로 평년(89㎜)의 2.6배를 넘은 상황입니다. 강수일수도 31.1일로 역대 가장 많았고, 올봄에도 잦은 비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한 실정이죠. 기온부터 강수량, 강수일수 등 기후 요소들이 모두 ‘역대급’ 기록을 찍은 건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과 농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날씨가 작황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갈수록 심화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곧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조명한 연구 결과도 나왔는데요. 막시밀리안 코츠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팀이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고소득, 저소득 국가 모두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1991∼2020년 121개국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와 날씨 데이터를 분석했고, 여기에 2030∼2060년 날씨로 인한 인플레이션 변화를 추정하기 위해 물리적 기후 모델의 예측 결과를 결합했습니다. 그 결과 10년 뒤인 2035년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최대 3.2%포인트 상승하고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체 물가 상승률은 최대 1.2%포인트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등 남반구 국가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연구팀은 저위도 지역은 1년 내내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고, 고위도 지역은 여름에 집중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부연했죠.

코츠 박사후연구원은 “세계 경제는 기후변화 및 극한의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녹색기술을 기반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물가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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