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사람인가 건물인가…‘풍산개 반환 논란’ 대통령기록관이 뭐길래

입력 2022-11-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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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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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 3마리로 정치계가 시끄럽습니다. “실로 개판”, “악의가 어이없다”라는 말부터 “참으로 비겁하다”는 말까지. 풍산개를 둘러싼 논쟁은 어느새 ‘정쟁’이 되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는 풍산개 때문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죠.

풍산개 반환 논란, 정확히 무엇이, 왜 논란일까요?

‘풍산개 반환 논란’ 한 눈에 알아보기

‘풍산개 반환 논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키우던 풍산개 3마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선물 받았습니다. 이후 ‘곰이’와 문 전 대통령이 키우던 ‘마루’ 사이에서 ‘다운이’가 태어나 풍산개는 세 마리가 됐죠.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대통령으로서 선물 받은 것으로, 일반 반려 동물과 달리 국가의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키우던 정이 있으니,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협약을 통해 풍산개들을 양산 사저에서 길러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식적인 법령 개정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죠.

여기서부터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조선비즈 지난 5일 “대통령기록관이 풍산개 관련 양육 예산을 월 최대 242만 원으로 추산했다. 전례 없는 예산 지원에 대통령실이 부정적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문 전 대통령 측이 행정안전부에 ‘퇴임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갔던 풍산개 3마리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죠.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파양 결정이)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비난하자, 문 전 대통령 측은 “현 정부 측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고 반박했죠.

이튿날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도 공방은 계속됐습니다. 국감에 출석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풍산개 반환이) 사룟값 (때문)인지는 제가 여기서 말씀드릴 성격이 아니다”라고 대답한 내용에 대해서도 날 선 질의응답이 오갔습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답변을 똑바로 하시라. 문 전 대통령이 사룟값이 아깝다고 반환하겠다고 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고, 김 실장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맞받아쳤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두 번째 입장문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지난 6월 법제처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퇴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상태가 이어져 풍산개를 파양했다.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왜 우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제 그만들 합시다”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법제처, 문 전 대통령 등 여러 이해 당사자의 입장이 엇갈리며 ‘풍산개 반환’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연합뉴스)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연합뉴스)

‘대통령기록물’이 대체 뭐길래

문제의 핵심은 풍산개가 ‘대통령기록물’이라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생산했거나 접수한 기록물 혹은 물품을 말합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대통령기록물의 목록을 정의하고 보호하는 법을 정하고 있는데요.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러한 규칙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총 3132만 건의 기록물을 보관 중입니다. 하지만 소장물은 △문서류 △시청각 △행정박물 △웹기록 등으로 지난해 말 기준 숨이 붙어 있는 동·식물은 아직 없습니다. 관리가 어려우니까요. 전 대통령들이 동·식물들을 다른 기관에 분양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한 쌍은 같은 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분양했습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선물 받은 판다 역시 에버랜드로 옮겨 갔죠.

따라서 한때 풍산개들도 후임 대통령인 윤 대통령이 맡아 키우거나, 동물원·지자체 등 기관에 분양하는 방안이 고려됐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강아지는 아무리 정상이 받았다고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 일반 선물하고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고, 문 전 대통령 또한 이에 동의했죠. 그러나 원칙 상 문 전 대통령은 풍산개를 키울 수 없습니다. 기관이나 ‘기관의 장’이 아닌 개인이기 때문인데요. 이에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5월 9일 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맡기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 이후에는 대통령기록관이 개인에게 대통령기록물을 위탁하고 그에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죠. 그러나 6월 17일 입법 예고된 개정안은 아직 소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법제처·대통령실이 잘못?

문 전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안이 오랫동안 멈춰 있는 데에 대통령실의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관련한 예산 편성안이 만들어졌지만 실행되지 못했다고 언급했죠. 이에 법제처와 대통령실은 즉각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제처는 7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법제처가 풍산개 관리 관련 예산 지원에 반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법제처는 관리주체인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에 필요한 경우 그 사육 등 보조적 행위를 다른 개인 등이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 또한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실이 반대하여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 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죠. 또 “관계부처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며,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의 판단일 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두 기관의 주장을 종합하자면, 대통령실 등이 악의적으로 풍산개 위탁 관련 법안을 완전히 무산한 것은 아닙니다.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하는 절차 중에 있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설명이죠. 6월 17일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에는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를 ‘위탁’하게 되어 있습니다. 위탁 시에는 관리 책임과 주체가 모두 개인이 됩니다. 풍산개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이 모두 문 전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률상 ‘위탁’에 대한 근거가 없어 법안 통과는 어렵습니다. 법제처 설명에 따르면 이에 관리 주체는 여전히 대통령기록관이되, 사육은 개인이 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 중에 있습니다.

▲10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앞에서 배변활동을 위해 산책 중인 ‘송강’과 ‘곰이’(뉴시스)
▲10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앞에서 배변활동을 위해 산책 중인 ‘송강’과 ‘곰이’(뉴시스)

계속되는 논란…‘송강’, ‘곰이’의 거처는 어디로?

문 전 대통령은 논란이 제기된 다음날인 8일, 대통령기록관에 풍산개 두 마리를 넘겼습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들은 대구 경북대병원 동물병원에서 풍산개들을 받았습니다. 검강 검진을 마친 뒤 대통령기록관 지정 위탁기관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차체 동물원 등이 그 대상입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계속되는 지점은 문 전 대통령이 ‘반려동물=가족’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풍산개를 지체 없이 대통령기록관으로 되돌려보냈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는 “북한 측에서 선물 받은 풍산개 이미지를 활용하고 난 다음에 견사구팽(토사구팽)” 아니냐는 지적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반려동물 등록제를 위반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반려동물은 풍산개 3마리 포함 총 6마리인데, 문 전 대통령의 주소지 일대에 관청에 등록된 동물은 2마리뿐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6마리 가운데 1마리는 고양이로 의무 등록 대상이 아닙니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2014년부터 전국에 의무 시행되어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를 반드시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최대 6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과거 발언 또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관저에 진돗개들을 두고 간 것에 대해 비꼬았던 트위터 글이 발견된 것이죠.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정황으로 입양해 기르던 진돗개 9마리를 모두 관저에 두고 갔습니다. 이를 두고 조 전 장관은 “자신이 입양하여 번식한 진돗개 9마리 중 단 한 마리도 사택으로 데리고 가지 않은 것, 이해할 수 없다. 입양 시 사진만 찍었지, 실제 애견인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는 글을 올린 적 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장관의 트위터 캡처를 올리며 “조국 진단대로라면 (문 전 대통령은) 애견인이 아님이 분명하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 9마리는 2013년 취임 당시 이웃 주민들에게 선물 받았던 진돗개 2마리와 번식으로 낳은 새끼 7마리로 ‘대통령 기록물’은 아닙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송강’과 ‘곰이’는 건강검진을 받는 중입니다. 경북대 수의과대학 담당 수의사는 “최종 영상 판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건강에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거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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