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삼미 슈퍼스타즈부터 SSG 랜더스까지…인천 야구단 변천사로 보는 경제 이야기

입력 2022-11-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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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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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가 KBO 리그 최초로 정규리그 개막일부터 종료일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SSG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의 2022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 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6차전에서 4-3으로 승리했는데요.

이날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선수들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모든 영광을 팬 여러분께 돌리겠다. 대단히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정 부회장이 선수들에게 헹가래 받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인천의 야구 역사…시작은 ‘삼미 슈퍼스타즈’

SSG 랜더스는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으로서는 6번째 팀입니다. 인천 야구는 1982년 KBO 출범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로 첫발을 디뎠죠.

KBO 출범위원회는 당시 인천·경기·강원 연고 팀을 위해 현대그룹과 접촉했습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고향이 강원도라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지만, 당시 정 회장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에 몰두한 상황이었습니다. 출범위가 기업들로부터 연달아 거부당한 시점에서 등장한 것이 삼미그룹입니다. 해운·광업·특수강이 주요 사업이라 프로야구 연계 효과를 누릴 만한 요인은 적었지만, 미국 유학 시절 메이저리그 야구에 열광했던 김현철 회장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팀이 창단됐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원년 팀 6개 중 최약체로 꼽혔습니다. 그해 전·후기 80게임이 치러진 원년 시즌 삼미의 승률은 0.188(15승65패)로,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단일 시즌 최저입니다. 팀 최다 실점, 시즌 최소 득점, 1게임 최다 피안타, 팀 최다 홈런 허용, 최다 사사구 허용, 시즌 최다 병살타 등 온갖 치욕적인 기록이 남아 있죠.

이런 삼미도 잠시 반짝였습니다. 1983 시즌에서는 일본에서 뛰던 ‘너구리’ 투수 장명부가 그해 60경기에 등판(44경기 선발), 427.1이닝 30승(28 선발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6이라는 기록을 써내며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절묘한 컨트롤을 자랑한 투수 임호균도 12승 15패, 평균자책점 3.03으로 삼미를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삼미는 1985년 풍한방직의 청보식품에 매각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당시 매각금은 70억 원. KBO 최초의 구단 매각입니다.

▲1982년 3월 프로야구 개막식 모습. (연합뉴스)
▲1982년 3월 프로야구 개막식 모습. (연합뉴스)

라면 나눠주던 ‘청보 핀토스’와 한국시리즈 진출 ‘태평양 돌핀스’

풍한방직은 삼미 슈퍼스타즈를 인수한 뒤 청보 핀토스로 이름을 바꿔 달고 1985시즌 후반부터 리그에 참가했습니다. 야구단 인수에는 풍한방직이 새로 전개한 식품 사업(청보식품)을 홍보하겠다는 목적도 있었죠.

청보식품은 인천과 춘천 홈 경기가 열릴 때마다 자사 제품인 ‘영 라면’, ‘곱배기 라면’ 등을 관중에게 제공했습니다. 반전은 라면 맛이 없었다는 겁니다. 당시 농심, 삼양 등 라면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맛에 시장 점유율도 급락했습니다. 여기에 모기업인 풍한방직이 1987년 방직 산업 불황으로 부도를 맞으면서 자금난을 겪었고, 핀토스는 또다시 매각 대상이 됐습니다. 결국 핀토스는 1988년 50억 원에 태평양 화학에 인수되면서,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존재감 없는 팀으로 전락했습니다.

태평양 돌핀스는 1988년 출범 첫해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에는 인천 구단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선수단을 이끌고 한겨울 오대산 극기 훈련을 떠난 일화는 아직도 회자 됩니다. 냉탕 입수는 물론, 극기 체조, 산짐승 사냥까지 했다 하죠.

돌핀스는 강력한 투수진을 앞세우며 1994년 인천 야구 창단 이후 최초로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거뒀습니다. 이때 돌핀스가 이룩한 투수진 라인업은 훗날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다만 1996년 팀이 현대 그룹에 매각되면서, 아쉽게도 이름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에서 삼성 라이온즈, MBC 청룡,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오비베어스 마스코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에서 삼성 라이온즈, MBC 청룡,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오비베어스 마스코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 최초 한국시리즈 우승 ‘현대 유니콘스’ 와 SSG 랜더스 전신인 ‘SK 와이번스’

현대는 대금 470억 원을 주고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가 1352억 8000만 원에 SK 야구단을 인수하기 전까지는 역대 최고 금액이었죠. 든든한 모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출범한 현대 유니콘스는 1998년 한국시리즈에서 LG트윈스를 상대로 4승 2패를 거두며 인천 야구팀 최초로 우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후 2000년 들어 현대는 연고지를 수원으로 옮겼습니다.

야구팀을 잃은 인천을 찾은 건 SK였습니다. 전라북도를 연고로 하고 있던 쌍방울 레이더스가 극심한 재정난에 팀 해체를 선언하자 SK와이번스는 선수 보유권을 넘겨 받아 팀을 창단했습니다. 이들의 활약은 남달랐습니다. 역대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7·2008·2010·2018년)을 차지하고, 8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김광현, 채병용, 정대현 등 걸출한 투수도 배출했죠.

좋은 성적과 더불어 SK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팬 친화적인 구단으로 꼽히며 운영 측면에서도 호평받았습니다. 대표이사와 단장·감독 등 모두 교체하며 쇄신을 꾀하는가 하면,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최주환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힘썼습니다.

SK 왕조의 주역들은 대부분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김광현, 최정은 SSG 랜더스로 팀 이름이 바뀐 이후에도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진행된 5차전에서 SSG가 2-4로 지고 있던 9회말,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날리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을 만든 김강민도 ‘SK 노장’ 중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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