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복제약으로 이름 바꾼다니…제약업계 속앓이

입력 2022-1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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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인식으로 업계 전체 신뢰 잃을 것” 우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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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 용어를 표준화한다고 고시했다. 이 중 ‘제네릭(generic)’을 ‘복제약’으로 표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제약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외국어에 기반한 보건복지 분야 12개 전문용어에 대해 표준화 고시 제정안을 이달 14일까지 행정예고 중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CT→컴퓨터 단층 촬영 △MRI→자기 공명 영상 △경구투여(약)→먹는 약 △객담→가래 △예후→경과 △수진자/수검자→진료받는 사람/검사받는 사람 △케어코디네이터→돌봄 관리자 △자동제세동기→자동 심장 충격기 △제네릭→복제약 △모바일헬스케어→원격 건강 관리 △홈닥터→가정 주치의 △요보호아동→보호가 필요한 아동 등으로 12개 용어를 표준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같은 표준화 용어를 정부 사업, 교과서, 공문서 작성, 국가시험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현실적인 수용성을 감안해 고시된 용어가 사회적으로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는 기존 용어를 나란히 적거나 둘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에서는 ‘제네릭’이라는 단어를 ‘복제약’으로 변경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제네릭을 일반적으로 복제약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적절치 않다”라며 “제네릭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봐도 ‘복제‘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일반화해서 보급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네릭이 의료비를 낮추는 데에도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라며 “소비자 개개인의 측면에서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복제라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품질이 절하된 의약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고령화로 인해 늘어난 약값에 대비하기 위해 제네릭이 안전하다는 캠페인도 벌였다.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제네릭은 찍어내는 복제약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에서 정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해 의약품의 주성분과 안전성·유효성이 동등하다고 인정받는 것이다. 그대로 베낀 의약품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복제약은 과거 제약업계에서 횡행하던 ‘리베이트’도 떠올리게 하는 안 좋은 단어”라며 “업계가 도약해야 할 시기에 부정적인 인식이 담긴 단어를 쓰게 되면 업계 전반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제네릭이 이른바 ‘짝퉁약’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2014년 제네릭의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공모전을 시행했고, ‘특허만료의약품’을 대체 단어로 채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제네릭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쓰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후발의약품(後発医薬品, ジェネリック医薬品)이라는 용어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2019년 국립국어원 말다듬기 위원회에서 ‘제네릭’의 순화어로 ‘복제약’으로 정한 바 있다. 이를 참고해 복지부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 심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 분야 전문용어 표준화안을 마련했다”며 “오는 14일까지 행정예고 기간으로 현재 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행정예고 기간동안 접수된 의견에 대해 반영 여부 등을 검토해 최종 고시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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