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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여의도 '막장 드라마' 주인공과 '집단망각증'

입력 2020-01-28 05:00 수정 2020-01-28 11:24

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한국 정치는 막장 드라마다. 막장의 극적인 요소를 다 갖췄다. 화려한 경력의 주인공에 시정잡배 뺨치는 막말, 끝없는 싸움, 온갖 술수를 동원한 여론몰이는 기본이다. 한때 사라졌던 단식과 삭발이 부활했다. 스스로 만든 법을 밥먹듯이 위반하고 거액(연봉 1억5000만 원)을 챙기는 몰염치까지 더해지면 한 편의 완벽한 코미디가 완성된다.

국회는 세상의 잘난 선수들이 다 모인 곳이다. SKY 출신에 장·차관, 검사·변호사, 대학교수가 널려있다. 족히 대한민국 0.1% 최상위 엘리트 집단이다. 여의도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모두 애국자다. “국민 목소리를 하늘같이 받들겠다”고 합창한 그들이다.

실상은 어떤가. 거꾸로다. 최고의 덕목인 애국은 밥그릇 지키기로 변질된다. 국민의 목소리는 당의 명령으로 대체된다.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명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가 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공천에 도움이 된다면 막말과 육탄전도 서슴지 않는다. 헌법기관의 자존심과 최소한의 품격은 온데간데없다. 갈등 조정자가 아니라 갈등 조장자로 전락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는커녕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다.

잘난 자들이 배지를 달면 걸리는 이른바 ‘집단망각증’이다. 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를 생생하게 목도했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을 밀어붙여도 투쟁 이력이 대단한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했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이 여론을 거스른 비정상적인 정치에 모두 동의해서였을까. 아니라고 본다. 패트스트랙 법안 육탄저지에 동원돼 재판을 받는 한국당 의원들도 자의는 아니었을 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존을 위해서다. 당에 반기를 들었다간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 진보·보수의 극단적인 진영 대결로 치닫는 당론 정치가 낳은 폐해다. 박근혜 정권 시절 눈엣가시인 친이 공천 학살로 빚어진 김무성 한국당 대표의 ‘옥새 나르샤’ 파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론인 공수처 설치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문빠(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의 문자 폭탄를 받았다. 입법기관인 의원이 헌법적 자유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우리 정치 현주소다.

그러니 정치 실종은 필연적이다. 진영논리가 판치는 세상에선 진보나 보수의 리더는 열성 지지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모두가 강경 일변도로 가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기조에선 30%의 열성 지지자만 보고 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노무현 학습효과’다. 이라크 파병과 대기업과의 협력 등 합리적 실용주의로 노선을 바꿨다 지지자들이 등을 돌려 위기를 맞았던 노 전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실패한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여권의 강공에 야권은 협상을 거부한 채 무조건 반대다. 강대강 대결이다. 협상이 될 리 만무하다. 여야가 만나면 얼굴을 붉히고 돌아서 상대를 비난한다.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인다. 수적 열세인 야당은 거리로 나간다. 이 같은 허무개그는 20대 국회 내내 이어졌다. 법안 처리율 역대 최저 등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당연한 결과다.

그런 정치권이 막장 드라마의 새 주인공을 뽑는다고 난리다. 21대 총선(4월 15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표 행사로 4년 만에(?) 왕 대접을 받을 시즌이지만 국민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당장 ‘깜깜이 선거’다. 게임의 룰 얘기다. 제1야당을 뺀 채 정한 게임 규칙이 요즘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다는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그 내용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핵심인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말 그대로 복잡한 4차 방정식이다. 그렇다고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심상정 정의당 대표)며 은근슬쩍 넘어갈 일은 아니다. 내 한 표가 선거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표를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수 국민이 차악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 심판론을 내건 여나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야나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소주성과 반시장 정책으로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여당을 찍자니 걱정이 앞선다. 대안 세력이길 포기한 듯 사분오열된 한심한 야당에 표를 주기는 더더욱 싫다. 그렇다고 프랑스의 마크롱 같은 대안도 없다. 새 주인공을 뽑아도 막장 드라마가 변할 거라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유권자가 27%(17일 갤럽조사)에 달하는 이유다. 차선도 아니고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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