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하늘에서 70만 원이 떨어진다면?

입력 2016-09-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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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미지투데이)
(출처= 이미지투데이)

“누가 돈 좀 줬으면 좋겠다.”

이런 말 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요즘처럼 먹고 살기 팍팍할 때 더 간절해지는 생각이죠. 돈벼락을 맞아야 그나마 ‘헬조선’에서 버틸 수 있는 ‘흙수저’들에겐 사실 무리한 푸념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현실로 돌아옵니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일이나 하자”고요. 늘 그랬듯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이 말은 허상이 아닙니다. 진짜로 하늘(?)에서 매달 70만 원이 떨어지거든요. 무슨 말이냐고요?

최근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은 복지수당을 받는 국민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내년부터 월 560유로(약 70만3000원)를 주기로 했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대상자로 뽑히면 곧바로 통장에 돈이 입금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면 모두가 대상이 되는데요. 이번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 국민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일하지도 않는데 왜 정부가 돈을 줘?”

이런 궁금증이 생기실 겁니다. ‘세금↔복지’로 연결된 한국의 사회 시스템 아래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죠. 하지만 우리는 이 개념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필독도서로 꼽히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기본소득 개념이 처음 등장)를 한번이라도 읽어봤다면 말입니다.

핀란드가 시도하고 있는 건 바로 ‘기본소득제’입니다. 재산이나 소득, 노동 의사를 따지지 않고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 생활비를 주는 제도죠.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인간답게 사는 것’을 보장하려고요.

핀란드의 실업률은 9%에 달합니다. 복지가 워낙 잘 돼 있어 “이 돈 받고 일하느니, 실업급여나 타 먹을래”란 실직자가 많거든요. KELA는 기본소득을 주고 실업급여를 폐지하면 사람들이 ‘인센티브의 함정’에서 벗어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출처= 한신대학교 '기본소득 이해와 한국에서의 도입 가능성' 논문)
(출처= 한신대학교 '기본소득 이해와 한국에서의 도입 가능성' 논문)

“아빠! 내 돈으로 술 마시지 마!”

기본소득제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인도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시골의 한 마을 주민 6000명에게 기본소득을 나눠 줬는데요. 성인에겐 200루피(약 3300원), 아이들에겐 100루피(1670원)를 각각 지급됐습니다. 그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주민들의 교육, 의료, 금융 접근성(대출)이 개선된겁니다. 가장 유의미한 변화는 가족관계였는데요. 자신의 몫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어린이가 생겨나면서 가부장제에도 변화의 조짐이 생겨났습니다. 기본소득제가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고, 특정계층에 대한 낙인효과를 막는다는 걸 증명한 겁니다.

‘스위스, 월 300만원 기본소득제 국민투표서 부결’

지난 6월 이투데이에 오른 기사인데요. 앞서 언급한 것과 다른 내용입니다. 스위스 국민들은 왜 ‘공짜점심’을 거부했는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석 달 전 스위스는 18세 이상 성인에겐 2500프랑(당시 환율로 약300만 원), 어린이ㆍ청소년에겐 650프랑(약 78만 원)을 주는 내용의 ‘기본소득 도입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습니다. 결과는 76.3% 반대로 부결.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스위스에서 원안대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려면 1년에 2080억 프랑(약 248조 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재정지출의 세배가 넘죠. 부담이 큽니다. ‘돈 많은’ 미국은 어떨까요? 연방 빈곤선인 1만1770달러(약 1315만 원)로 계산하면 1년에 3조8000억 달러(약 4245조3600억 원)가 있어야 합니다. 연방정부 예산과 맞먹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6470원을 모든 국민(15세 이상 4318만 명ㆍ14세 이하 704만 명)에게 준다고 가정하면 735조6000억 원이 필요합니다. 올해 정부 총 지출(386조 원)의 2배에 가까운 돈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민소득이 되레 국민에게 부담을 줄 거라고 경고합니다. 기본소득을 주기 위해 세금을 더 많이 걷을 테니까요. 핀란드처럼 월 70만 원을 통장에 넣어주고 실업급여를 폐지하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논란이 일수도 있습니다. 복지제도가 점점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출처= OECDㆍ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추정)
(출처= OECDㆍ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추정)

“이번 투표는 중간 과정일 뿐이다.”

기본소득제 법안을 발의한 스위스 정치인의 말입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시도가 이번이 끝이 아니란 뜻이죠.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에선 아직 먼 나라 이야기겠죠. 하지만 마냥 미룰 수도 없습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거든요. 다행히 일부 여야 의원들이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누가 돈 좀 줬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그칠 날도 머지않은 거겠죠. 유토피아를 꿈꾸며 불금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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