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불모지 같은 간척지에 생명을 불어넣어라… 영산강 간척지

입력 2013-12-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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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42

전남 해남군 영산강 하구 ‘산이2-1 공구’ 부지. FTA 확대 및 경지면적 감소로 대규모 작물 생산기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농어업회사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2008년부터 조성하고 있는 간척농지다.

본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영산강 간척지에 밭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최근 조성된 간척농지는 대규모 농업회사를 대상으로 임대면적이 늘어나고 있으나, 간척지 여건에 맞는 재배기술이 확립되지 않아 대부분 적자 상태에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간척지에 새 생명이 뿌리 내리게 하는 본 연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토양 개량 후, 간척지에 맞는 재배기술 적용

작물이 잘 성장하려면 뿌리가 튼실해야 하듯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전략이 뛰어나야 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신규 간척지라는 열악한 여건을 고려해 사업계획서부터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작성한 후 연구사업을 단계별로 진행했다.

먼저, 토양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염농도, 지하수위 등을 측정했다. 토양분석 결과, 소금기가 많았고 배수 관리가 힘든 상황이었다. 작물 재배에 필요한 유기물이나 인산, 석회 등도 부족했다. 더욱이 100ha에 이르는 재배지가 구역별로 상이한 재배환경을 갖고 있었다. 일반 노지재배와 달리 차별화된 재배기술이 필요했다.

이어서, 재배작물 선정에 들어갔다.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고 생산량도 어느 정도 나와 주어야 했다. 재배 규모가 큰 만큼 기계화가 가능한 품목이 좋았다. 콩과 양파, 사료작물 등이 후보작물로 압축됐다.

작물과 환경에 맞는 현장접목 기술도 중요했다. 간척지는 일반 재배지와 달리 염해나 습해에 취약한 환경이다. 연구진은 재배지 상황에 맞는 ‘양파 기계정식’이나 ‘콩 고휴재배’ 등 차별화된 기술을 보급했다. 재배를 시작하기 전에 재배 품목에 맞는 토양 개량 작업을 실행했다.

▲현안 발생 때마다 현장에 나가 대안 마련

국립식량과학원과 농업경영체인 농업회사법인 ‘매봉’은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환경을 조성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토양 환경 조성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고, 가장 핵심적인 일이기도 했다. 우선 토양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적의 토양 관리 기술을 적용했다. 염분 피해를 막는 동시에 양질의 토양을 조성할 목적으로 관개를 실시하고 우분을 뿌렸다. 간척지를 비옥한 땅으로 바꾸기 위한

토양 관리는 사업기간 내내 지속되었다.

작물은 국립식량과학원과 매봉이 의논 끝에 콩, 양파, 사료작물로 최종 결정했다. 작물 선택은 단기적 측면에서 생육과 수량을,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염두에 두었다. 국립식량과학원 강종국 연구사는 연구결과를 모두 쏟아 부었다고 말한다.

“열악한 환경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밭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집중했습니다. ‘매봉’과 기술이나 작물 선정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현장에 나가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작물별로 특성에 맞는 재배기술을 현장에 투입했다. 콩의 경우 염해와 습해 방지를 위해 고휴재배와 멀칭재배를 실행했다. 콩의 입모 상황이나 시기별 생육과정, 피해 발생 정도를 데이터로 쌓아갔고, 분석한 결과는 간척지 콩 재배 매뉴얼로 만들어 경영체에게 전수했다.

▲데이터 없는 간척지 재배, 경험하면서 농사짓는다!

2012년에는 콩과 사료작물을 심었다. 하지만 태풍과 침수, 염해 등이 겹쳐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수확하려던 작물의 상품성이 떨어져 전량 토양으로 환원했다. 그래도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얻은 시기였다.

2013년에는 작물별로 진일보한 재배기술을 다시 적용해 콩과 양파, 사료작물을 파종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년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작물의 일부는 수확을 포기했고, 일부는 상품성이 좋지 않아 판매가 어려웠다. 그나마 총체벼 재배에 성공해 수확의 기쁨을 맛본 것은 큰 수확이었다. 매봉 박희춘 대표는 본 연구사업 재배 과정을 ‘산을 넘으니 또 산’이라고 표현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작물을 무럭무럭 키워 간척지 사업의 성공 모델이 되겠다는 마음뿐입니다. 기존 유통사업을 정리하고 현재 간척지 밭작물 재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재배에 실제 적용 가능한 자료와 경험 획득

그동안 본 연구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연구자와 농업경영체가 많은 공을 들였다.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그렇다고 지난 2년의 결과로 미래를 평가할 수는 없다. 지금은 간척지 재배여건이 매우 열악하여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도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나, 장기적 측면으로 보면 대규모 영농에 의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간척지 재배는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 본 연구사업도 재배기술과 재배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어서 2~3년 후부터 연간 10~20% 이상 지속적인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대규모 기계영농에 의한 단위면적당 투자효율이 개선될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로, 연구를 통해 콩, 사료작물의 상품성이 제고되고 있으며, 특히 양파의 경우 특상품이 안정적으로 생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소득은 없지만, 재배에 실제 활용할 수 있는 토양분석과 생육현황 자료와 경험을 얻은 셈이다. 박희춘 대표 역시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양파를 심을 예정인데, 이전과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내년 배추와 토마토 농사도 자신 있습니다. 소득 창출이라는 희망도 함께 심겠습니다.”

▲2~3년 내 영산강 간척지에 녹색 물결 기대

영산강 간척지는 임대차 계약에 의한 밭작물 재배만 가능하다. 매봉이 재배하고 있는 콩, 양파, 사료작물은 생산성 대비 수익이 높은 작물에 속한다. 콩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대규모 재배가 필요한 작물이고, 수수와 옥수수 등 사료작물은 축산물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재배를 확대해야 하는 품목이다.

매봉은 2014년부터 새로운 밭작물을 심을 계획이다. 상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을 갖춘 작물이 주요 대상이다. 그동안 쌓은 토양 관리 기술과 재배경험을 적절히 활용해 품목을 다양하게 구성하려고 한다. 특히 대규모 재배지를 고려해 영농 기계화에 힘쓸 예정이다. 작물 선택도 중요하지만, 기계화를 하지 않으면 생산성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봉은 2~3년 내에 간척지가 녹색 물결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산강 간척지 밭작물 안정 재배에 대해 관심 있는 농가는 국립식량과학원 강종국 연구사(063-840-2276)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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