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인터넷 정보권력]왕따·신상털기…죄책감 없는 사이버 테러

입력 2013-05-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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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정보에도 쉽게 공감 이성적인 사고 실종… ‘반대=적’ 설익은 정의감에 무차별 마녀사냥

2012년 8월말, 서울 송파경찰서 강력계. 머리를 조아린 고교 1년생 K모양.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간 그녀는 눈물을 쏟으며 연신 몸서리를 친다.

같은학교 친구 강 모(16)양이 서울 송파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것은 이로부터 보름전. ‘카카오톡’을 통해 평소 친구들로부터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강 양은 숨지기 20분 전, 또래친구 15여명이 카톡을 통해 욕설을 퍼붓자, 죽음을 택했다.

탤런트 안재환에게 사채를 빌려줘 안재환을 죽게 만들었다는 소문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한 톱스타 최진실, 최진실의 죽음과 루머에 시달리다 자살한 그녀의 전 남편 조성민 사건.

인터넷상의 루머와 악플 이야기는 이제 연예인 일반인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다.

인터넷 정보권력을 휘두르는 10대들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10대의 무서운 질주, 무법천지가 된 인터넷세상을 시리즈로 긴급 점점한다.

이들은 이제 인터넷을 점령, 단순 신상털기 차원을 넘어 반인륜적 행위나 생명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는 무차별적 인격말살행위들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적개심을 불태운 해킹 등 그야말로 인터넷 무법천지다.

인기가수 백지영, 죽음보다 더 고통스런 그녀의 신상정보는 지금도 인터넷을 떠돌며 그녀를 죽음보다 삶을 살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녀처럼 치명적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평생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갈수 밖에 없다. 아무리 부인하며 삭제를 해도, 낙인찍힌 주홍글씨와 악성 쓰레기들은 핵분열처럼 번져나간다. 낙인이 찍혀 숨죽이며 죽음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신상털기, 어두운 그림자

10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부녀자를 강간하자는 모의를 하고,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자발적 성매매자로 조롱하며 ‘원정녀’로 비하하기도 한다. 해킹툴을 이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탈취하는 것은 이들에겐 순진했던 시절의 향수처럼 들린다. 온라인다툼의 ‘폭력성’은 이제 도를 넘은지 오래다. 특정 교사 비난은 기본이고, 동급생끼리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을 이용해 ‘왕따’ 시키고 허위사실을 유포, 피해자 학우가 자살하거나 정신과치료를 받는등의 심각한 범죄가 연일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조사결과 사이버공간에서 폭력을 당한 학생은 2011년 1.8%에서 2012년 4.7%로 증가했고, 올해는 8.4%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들은 왜 이렇듯 폭력적 일까?

전문가들은 이들이 사이버폭력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교 사회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해방구를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친구들간 스트레스, 공부 중압감 등을 인터넷에서 폭발시킨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정상적인 가치판단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법도 잔인해져 댓글을 통한 욕설은 기본, SNS를 통해 집요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카톡을 통한 집단 욕설, 개인 프라이버시에 치명적 상처를 입히는 개인정보들을 추적하고 무차별 배포하는 일들을 일말의 가책없이 무자비하게 자행하고 있다.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극단적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이젠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북한 우리민족끼리 해킹 주축인 중고고생 국내 어나니머스 또한 회원정보를 해킹, 유포하는 등 범죄행위를 일삼고 있다.

의견이 맞지 않으면 무차별적으로 추적,‘마녀사냥’을 멈추지 않는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치료센터 김주희 팀장은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이 담보된 공간이고, 스마트폰의 보급 등이 사이버 폭력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며 “초등학교부터 무분멸한 사이버 폭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대들의 사이버폭력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인터넷드림단 2기 발대식'에서 초등학생 한국인터넷드림단원이 인터넷상의 나쁜 캐릭터를 물리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죽음으로 내모는 사이버 광기

최진실, 유니, 정다빈 등 인터넷 악플과 인격말살로 고통받다 자살을 선택한 이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카톡 집단 따돌림, 견디기 힘든 집단 욕설을 받은 여고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카카오스토리에 친구들이 자신에 대한 욕설과 허위사실을 퍼트린 것을 안 남학생은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끈질긴 신상추적능력과 해킹기술까지 갖춘 10대 그들은 사이버 세상에서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성폭력, 폭행, 치명적 명예훼손 등 온갖 범죄도 그들의 인터넷세상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자 동조세력을 만드는 업적일 뿐이다. 게임의 레벨이 높으면 2,30대들의 게임 캐릭터를 죽이고, 욕설을 퍼부어도 이들을 막거나 자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제 10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변호사, 의사, 군인, 검사 등 사회 지도층으로 둔갑시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도 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냥 퍼트리기도 한다.

보수 성향이 짙은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 사용자 중 상당수가 10대인 것도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다.

이성적 판단력, 균형감이 부족한 이들이 일베 게시판을 점령하고 욕설, 개인 신상정보를 무차별 유포하고 있다.

중2생인 한 일베 회원은 “일베에 나온 게시물들이 틀리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5.18은 폭동이며, 외국인들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범죄가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의 왜곡된 정보는 또 다른 왜곡을 만들며 악순환된다.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 의학과 이영식 교수는 “10대들의 과격한 행동은 평소 자신이 갖고있는 분노감 등을 표출하는 수단”이라며 “이를 통해 쾌감을 얻고 또다시 반복하는 악순환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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