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 ‘R의 공포’ 채권전문가 진단은?

입력 2019-08-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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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8-25 17:0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미 장단기금리 역전, 경기침체 신호인가..한은 추가 금리인하·안전자산선호 따른 채권강세

채권전문가들은 미국 장단기금리 역전에 따른 경기침체(리세션·Recession) 가능성, 소위 ‘R의 공포’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경기침체에 앞서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주변 여건은 과거 경기침체기와 많이 다르다고 봤다.

실제 미국은 물론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완화정책(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안전자산선호에 따른 채권시장 자체의 수급적 요인으로 장기물 금리가 크게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연준(Fed)의 금리인하를 앞두고서도 종종 장단기금리가 역전된 바 있다고 전했다.

다만 경기둔화 가능성과 함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경계감은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이 혼재해 있는 만큼 자칫 자기실현적 예언에 빠질 경우 실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완화기조 속에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심화하면서 그렇잖아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채권금리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는 곧 채권가격 상승(채권강세)을 뜻하는 것이다.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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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4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10년물과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역전을 허용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7년 이후 12여년만에 처음이다.

이날 장단기금리차는 종가에서 정상화하긴 했다. 하지만 10년물 금리는 12.34bp(1bp=0.01%포인트) 급락한 1.5792%를 기록하며 2016년 9월29일 1.5548% 이후 2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고, 3년물 금리는 9.35bp 떨어진 1.575%를 보였다. 30년물 금리도 14.12bp 추락한 2.0193%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중 1.97%까지 떨어지며 사상 처음으로 2%대를 밑돌았다.

◇ 미 10년-2년 금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역전 의미는 = 미국에서는 지난 60여년간 경기침체에 앞서 장단기금리가 역전됐던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이를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유용한 지표로 인식하고 있는 중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7번의 금리 역전 중 6번이 침체로 귀결됐다. 또 금리 역전 후 실제 침체까지는 15개월 정도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경기침체로 판단키 이르다고 봤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의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면서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경기침체로 본다면 현 상황은 침체가 아니다. 경기둔화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단기금리 역전이 곧 경기침체는 아니다. 경기선행지표 중 한가지 변수일 뿐이다. 과거처럼 리세션 위기냐 순수하게 사이클적으로 경기가 꺾이는 국면이냐로 나눠 봐야한다”면서 “장단기금리 역전 후 정크본드나 하이일드 등 크레딧스프레드가 추가로 확대된다면 R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역전이 과거 경기침체기와는 다르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6년과 2007년 침체 신호가 있었을 때를 보면 통화정책은 긴축적이었고, 자산버블과 유가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가 있었다”며 “지금은 인플레 압력이 낮고,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완화적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소비쪽 침체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과거 경기침체기에는 통화긴축을 하면서 레버리징 문제들이 일어났었다. 반면 현재는 레버리징이 많은 국면도 아니고 연준도 이완(완화)정책을 펴고 있다. 경기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안전자산선호 현상에 따른 수급적 요인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급적 요인 때문에 장기물 금리가 많이 하락하면서 장단기금리가 역전된 부문이 더 크다. 미국의 성장과 물가, 고용, 제조업지표 모두 나쁘지 않다. 장단기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리세션이 온다는 것은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경계감 가져야 vs 미 대선 앞둔 내년 달라질 것, 한은 금리인하·채권 강세 지속 =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많았다. 강승원 연구원은 “침체가 온다는 공포팔이도 문제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현 상황이) 경기 침체 의구심을 일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도 “가능성을 단언할 수 없다. 보통 1년 내외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장단기금리 역전에 통화당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거나, 금융기관의 대출태도가 경직적으로 변하는 등 경제주체들의 행동변화가 우려된다. 이같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있다면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불확실성이 확산일로에 있는데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으로 꼽혔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와 향후 전망에 대한 시각들이 안좋아지고 있다. 이같은 시각이 급격히 돌려지려면 미중 무역분쟁 등 굵직한 대외이슈들이 급전환해야 한다. 다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조만간 이같은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연준이 금리인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은데다 내년이면 미국이 대선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보험성이긴 하나 연준 금리인하가 연내 두 번은 이뤄질 것이다. 이 경우 단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스프레드(장단기금리차)는 적어도 역전구간이 확대하진 않을 것이다. 금리역전으로 인한 리세션 우려는 잦아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내년 1월로 접어들면 미국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인프라투자 등 공약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내년 경기전망치 수준도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내년 트럼프의 재선 이슈가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도 빨라질 수 있다. 내년 2분기 혹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중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은도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채권전문가들은 안전자산선호 현상에 채권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의 통화완화정책이 계속되면 한은도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할 것”이라며 “금리하락세가 꺾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경기 약화 시그널 측면에서 본다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국내 채권시장에는 우호적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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