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벤처 창업, 아이디어는 그림의 한 조각일 뿐

입력 2019-07-15 18:16 수정 2019-07-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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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교수

아무래도 가르치고 연구하는 분야와 연결되어 있는 관계로, 일부러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도 수시로 들리고 나누는 대화가 벤처에 관한 이야기이다. 벤처를 시작하고 싶다는 말부터, 자신이 어떤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며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은지 설명하는 상황, 반대로 어떤 벤처에 얼마의 투자를 결정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런 대화들이 오가면, 필자가 그 일에 어떤 형태로 직접 끼지 않아도 종종 그 내용을 평가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모든 상황에서 거론되는 거의 모든 모델은 어느 정도 참신한 아이디어라든가 기술적으로 차별화와 경쟁력이 보이는 것들이다. 즉 이제는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가 경제성이 있는 마켓을 창출할 수 있는가의 기준에서는 대부분 그 임계점을 넘지 못한다.

마켓을 창출할 수 있는가의 평가는 그 모델이 ①현재 옵션들이 제시하는 행동 패턴이나 문제해결 방식의 효율성, 기능성, 사회적 가치를 향상시키거나 ②불편함을 인식하고 있으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던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거나 ③소비자들이 필요하다고 인지하지 못했던 잠재적 요구를 발견해 만족시킬 수 있는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이 세 가지를 시작으로 그다음 단계는 벤처 모델이 금전적, 기능적, 효율적, 사회적 가치 등을 구체적으로 만족시키는지를 분석한다. 즉 위의 세 가지 유형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이 ①소비자에게도 생산자에게도 적절한 가격으로 생산되고 분배될 수 있는 것인지 ②약속한 기능이 얼마나 문제없이 사용자에게 어렵지 않게 구현될 수 있는지 ③모델 구현이 현재 그리고 조금 미래에 나올 기술의 향상에 얼마나 취약한지 ④소비자가 그 모델을 사용할 때 자신이나 사회 속에서의 자아 인식에 긍정적일 수 있는지 등의 차원이 고려된다.

그러나 위 두 분석에서 긍적적 가능성을 보인 벤처라 하더라도, 거의 80%의 경우가 마지막 관문인 확장 가능성에서 탈락하게 된다. 바로 ‘얼마의 비용으로 얼마나 빨리 확장이 가능한지, 더불어 5년 내에 그 확장의 범위가 얼마인지’라는 평가 부분은 벤처의 미래 역량을 보는 것인데, 이 단계로 들어가면 벤처 아이디어 모델 자체의 가치를 넘어 모델 구성원의 역량이 크게 부각된다.

즉 어떤 팀이 이 모델을 끌고 가는지, 그 팀 구성원의 내적 성향, 인생 궤도, 기업 경력, 영업 역량 등이 집중적으로 고려된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이런 평가는 벤처 창업자에게 집중되었는데, 요즘은 벤처 운영과 결정에 비교적 가까이 관련된 팀 전체와 파트너의 역량까지 평가 범주에 들어오고 있다.

벤처 이야기가 일상생활 속으로 많이 들어온 듯하다. 심지어 커피점에 앉아 있어도 종종 어떤 벤처를 하고 있고, 어떤 벤처에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듣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벤처 투자는 경험, 감, 또는 남에게 위탁하는 방식의 결정 경로를 취했다.

그러나 이제 벤처의 수가 많아지고 비슷한 모델들이 나오면서, 특히 벤처는 실패라는 더 큰 확률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벤처를 한다 혹은 투자를 한다는 결정이 벤처의 아이디어에 집중되고 있는 듯하다. 벤처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것은 큰 그림의 한 조각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 크고, 사실은 더 쓴 조각은 필자가 뒤에 지적한 부분이다. 벤처를 생각하고 있거나 초기 벤처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이런 부분들의 평가 기준을 인지한다면 벤처를 구상하고 팀을 구성하는 데 좀 더 튼실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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