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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속으로] 금감원은 조자룡이 아니지 않은가

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의 건전성 확보와 금융시장 주체인 금융기업의 적정성, 투명성 보장을 위해 검사와 그에 따른 제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는 금감원의 오래된 고유의 업무적 기능이다.

그런데 국내외 자본시장의 여건과 환경의 변화로 금융시장이나 금융기업의 생태계가 많이 바뀌었으므로 금감원의 검사나 제재 프로세스도 그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데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금융업무 자체의 보수적인 성격도 있겠지만 검사, 제재 프로세스에 대한 금감원의 일관된 철학이나 원칙이 부재한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된다.

이런 일관된 원칙이나 철학의 부재는 역대 금감원 임원들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 즉, 원장이나 부원장 등 새로 온 임원들은 전임자들과는 달리 무언가 ‘획기적인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런 의지는 검사 프로세스나 제재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매번 원장이나 임원진이 바뀔 때마다 검사 프로세스나 제재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관된 철학이나 원칙이 부재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물론 검사 업무는 과거의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진화해왔지만, 수십 년간 해오던 검사 프로세스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원장이 바뀔 때마다 “검사업무를 엄격하게 하자, 컨설팅 방식으로 바꾸자, 정기검사를 없애거나 축소하자”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도를 수시로 변경함에 따라 장단점이 뒤바뀌거나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반복되었다.

즉, 검사나 제재 프로세스의 획기적인(?) 변화로 금융시장이 더 건전해지고 금융기업이 더 투명해지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오히려 매번 프로세스 변화만을 외치면서 업무 관행은 달라지지 않고 일관성이 없는 제재로 인해 금감원의 신뢰도만 더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엄격한 검사든, 컨설팅 검사든 원장이 바뀔 때마다 검사 프로세스가 바뀌니 일선 검사팀 직원들은 바뀐 절차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우왕좌왕하거나 금융회사들로서는 검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 안 좋은 것은 검사를 통한 제재 양정 수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제재 수준이 일정하지 않다면 그 자체도 잘못이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인 과거의 축적된 양정례를 완전히 무시한 채 강력히 제재하는 것만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착각하는 임원이라도 있다면 검사국 직원들은 임원 개인의 소신에 맞출 수밖에는 없다. 또한 제재심의국 직원들은 축적된 양정례와 다른 과도한 제재로 골치를 앓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임원이 떠난 뒤에는 제재 수준은 과거로 또다시 회귀할 것이므로 일관성과는 더욱더 거리가 멀어진다.

금융기업으로서는 과거 사례들과 달리 자신들의 잘못에 비해 과도한 제재를 받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이를 지켜본 다른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검사가 조자룡의 헌 컬과 진배없다고 냉소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제재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되면, 특히 과도한 제재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이는 금융시장의 활성화와 금융기업의 투명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융시장에 ‘어떤 관행’이 존재한다면 그 관행이 생긴 분명한 이유나 필요성이 있을 것이고, 수년간 이를 제재하지 않았거나 약한 제재 수준을 유지해왔다면 합리적인 이유도 틀림없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갑툭튀(신조어로 ‘갑자기 툭 튀어나옴’의 줄임말) 임원 한 명이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라며 강한 제재만을 고집스럽게 주장한다면 이는 위법행위와 제재의 균등성을 깨는 야만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위법한 관행과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일은 반드시 지적하고 적발, 제재해야만 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오랜 기간 축적된 양정례를 무시한 과도한 제재는 갑질에 불과하고 금감원의 위상을 더욱 갉아먹는 결과가 될 것이다. 금감원이 조자룡은 아니지 않은가.

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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