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 한반도 평화의 긍정적 효과는 담론이 아닌 현실

입력 2019-03-0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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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주식투자자·기러기아빠·장바구니물가에도 도움

지난 주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쾌재를 불렀던 사람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이다. 더불어 국내 일부 진영에서도 기뻐했다 하니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한반도 평화는 전 세계에 하나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나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돌파구라는 거대 담론까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이미 소소한 우리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 호주머니에서 내 돈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미 한반도 평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에 깊숙이 파고든 코리아디스카운트 = 실제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자본시장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었다. 지난달 28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39.35포인트(1.76%)나 급락하며 지난해 10월 23일(-55.61포인트, -2.5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날아간 시가총액만 5조5965억 원에 달한다.

이명박(MB)정부는 출범 초기 코스피지수 3000을 장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랜 기간 2000선에서 횡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남북관계 경색도 한몫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지부진하던 코스피지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정부 출범을 계기로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남북 간 해빙무드가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해 1월 29일 2598.19포인트(종가 기준)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올 초 한때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미중 무역협상 진전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 등이 작용하면서 코스피는 2200선을 회복하기도 했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자금 역시 북한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불거지며 실제 전쟁 우려감이 컸던 2017년 하반기 외국인은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무더기로 자금을 빼갔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 대접을 받던 주식과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서 선진국 지위를 얻었던 채권시장에서까지 자금을 빼간 것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니었다. 실제 2017년 9월엔 3조7320억 원어치나 자금을 뺐고, 그해 11월엔 보유금액 100조 원이 8개월 만에 무너지기도 했었다.

국가부도위험을 가늠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7년 하반기 한국물 CDS프리미엄이 중국보다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 국가신용등급(Aa2, 무디스 기준)이 중국(A1)보다 두 단계나 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신용부도스와프란 투자 시 지불해야 할 보험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도위험이 높을수록 더 많은 금액(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CDS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같은 투자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그만큼의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메리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CDS프리미엄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0bp대로 진입했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27일 한국 5년물 CDS프리미엄은 29.26bp(1bp=0.01%포인트)까지 떨어지며 2007년 11월 2일(27.7bp)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28일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30.45bp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양국 간 협상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1일 29.16bp로 다시 떨어졌다.

◇주식·부동산값은 오르길 바라면서 원화값은 왜 떨어지길 바라나 = “주식과 부동산값은 오르길 바라면서 원화값은 왜 떨어지길 바라나?”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한 모 금융기관의 기관장이 4년 전쯤 기자에게 해준 말이다. 경제가 발전하길 바라고 실제 그렇다면 원화값도 그에 걸맞게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해야 한다는 논리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원화값이 떨어지길(원·달러 환율 상승) 바랐던 것은 우리 경제가 오랜 기간 수출주도형 성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원화값이 떨어지면 수출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원화값이 떨어지면 좋겠지만 우리 수출 상품들이 갖춰야 할 경쟁력은 이미 가격경쟁력을 넘어섰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수출기업들의 낙수효과도 이미 크지 않다는 점에서 굳이 숫자를 들먹이지 않으려 한다.

아울러 원화값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는 정책이 초래하는 부작용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바로 2008년 MB정부 시절 겪은 키코(KIKO) 사태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대 파도의 영향도 있었지만, 당시 MB정부가 취한 747정책(7%성장, 소득 4만 달러, 경제 세계 7위 대국)에 따른 저금리·고환율(원화값 하락)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환헤지 파생상품인 KIKO에 투자해 국내 기업들이 입은 손실액만 금융감독원 추산 1조 원(39개 대기업 2460억 원, 480개 중소기업 72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원화값 상승은 수입물품의 가격을 낮춰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그대로라고 가정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값 상승)한다면 주유소에서 넣는 기름값이 떨어질 수 있다. 농축수산물 수입물가도 떨어지면서 장바구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또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 최근 교육문제로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낸 기러기아빠도 많은 상황이다. 원화값이 오를수록 이들에겐 유리하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유학 및 연수와 일반여행 경비로 지급한 돈은 319억7330만 달러(35조1802억 원)로 5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북한 리스크가 한창이던 2017년 하반기 1150원대까지 치솟았다(원화값 하락).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원화값만 유독 약했다. 이후 남북 간 해빙무드와 함께 빠르게 하락(원화값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1060원을 밑돌기도 했었다.

북미 간 합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국내와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막판 급등하며 5.6원(0.50%) 오르기도 했다(원화값 하락).

평화와 냉전,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일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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