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대출도 상품, 왜 내가 발품 팔아야 하죠?”

입력 2019-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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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만에 다운로드 300만 돌파, 2030세대 주 고객…건강ㆍ車까지 영역 확장, 보안에만 상반기 5억 원 투자

“TV를 사려고 매장에 가면 직원이 옆에 딱 붙어서 장단점을 설명해 줘요. 가격도 비교해 주고요. 그런데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내 발품을 팔아야 해요. 금리도 직접 따져봐야 하죠. 똑같은 상품인데 이상하지 않으세요?”

자산관리 앱(App)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 김태훈 대표의 말이다. 아직은 생소한 마이데이터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뱅크샐러드는 내가 카드를 얼마나 긁었는지, 통장 잔액은 얼마인지, 보험 보장 내역이 중복된 건 없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투자 수익은 물론 내 신용정보까지 다 담겨 있다.

이런 데이터들은 금융 상품을 추천해 주는 데 활용된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에게는 카페 할인율이 큰 카드를, 혈당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는 당뇨병 특약이 있는 보험을 소개해 주는 식이다. 가입만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은 재테크에 관심은 많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른다”라며 “카드 혜택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은행을 찾아가 금리를 따지는 일이 어렵고 귀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이들을 위해 ‘신경 꺼도 자산 관리’를 콘셉트로 뱅크샐러드를 시작했다”며 “카드는 물론, 은행, 보험, 증권에 흩어져 있는 금융 정보를 한데 모으는 작업이 필요했고, 이는 자연스레 마이데이터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 앞에서 서비스 시연 = 2017년 6월 출시한 뱅크샐러드는 출시 1년 6개월 만에 마이데이터 산업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다운로드 수는 300만 건을 넘어섰고, 금융 상품에 연동된 관리 금액은 52조 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불어났다.

주 이용층은 2030세대다. 전체 고객의 70%에 달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금융거래를 막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게 제대로 먹혔다. 서비스를 통해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지난해 3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 다음으로 카드 발급이 가장 많은 플랫폼이다.

그 덕에 19억 원의 종잣돈으로 시작한 뱅크샐러드는 지난 2년간 17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8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올해 최대 100여 명을 충원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서비스 출시 초기에는 금융사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비즈니스 모델은 매력적이지만, 규모가 작아 헙업이 어렵다는 말을 밥 먹듯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지만 내 금융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젠 금융사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며 “정보의 주인은 개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모든 걸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인식은 마이데이터 산업 그 자체다. 이 산업이 활성화하면 정보 이용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옮겨진다. 기업들은 고객 발길을 끌기 위해 ‘더 편리하고, 더 싼’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소비자는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이를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라 보고 신용 및 개인정보보호 관련 각종 규제를 풀어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김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뱅크샐러드를 시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행사에도 그는 단골손님으로 초대받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를 발판삼아 뱅크샐러드는 보험 설계, 대출 협상 등과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 주도권 기업 → 개인으로 옮겨가” = 문제는 금융사들의 견제다. 데이터 주도권이 옮겨지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정보=영업 핵심’인 탓에 견제도 여전하다. 최근 생명ㆍ손해보험협회는 굿리치, 토스 등 일부 핀테크 업체들이 이용하던 ‘숨은 보험금 찾기’에 대한 스크래핑(데이터 추출 기술)을 막았다. 보안에 취약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이 역시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고 본다. 금융정보를 한데 모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면, 특정 기관이 데이터를 소유하고 접근을 막는 일이 원전척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마이데이터는 금융권에서 타 산업군(서드파티)에 오픈 API 형태로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오픈 API를 활용해 스크래핑 중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 수직 통합돼 있던 금융업의 체계가 유통과 제조로 분리돼 보다 질서 있고 전문화된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 구조는 서비스 경쟁을 촉진해 고객 편의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과 관련된 정보를 다루는 일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건 보안이다. 뱅크샐러드는 공인인증서는 물론, 고객 비밀번호, 금융사 계정 등의 중요 정보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 사용자 휴대기기에서 바로 연동되기 때문에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이 낮다.

김 대표는 “강력한 암호화 알고리즘을 사용해 직원들도 중요한 정보에는 절대 접근할 수 없다”며 “보안을 위해 올해 상반기에만 5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 따돌릴 무기는 ‘노하우’ = 장 서는 곳에 사람 몰리기 마련이다. 뱅크샐러드 성공을 본 후발주자(핀테크)들이 비슷한 사업 모델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는 또 하나의 위기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낯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2년간의 실패와 성공으로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뱅크샐러드는 개인의 소비 패턴에 맞춰 주간ㆍ월간 리포트를 발송한다. 과소비하면 절약 멘트도 해준다. 조언을 받은 고객 70%가 3개월 평균 지출의 20%를 아꼈다. 또 ‘신용 올리기’ 서비스를 이용한 4만 명의 고객의 신용점수가 23만 점 이상 올랐다. 1인당 6점 넘게 뛴 셈이다.

앞으로 뱅크샐러드는 건강은 물론 자동차 정보 이용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김 대표는 “복잡한 금융 시장을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게 뱅크샐러드의 목표”라며 “데이터 중심의 금융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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