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재무제표 모르는 당신은 ‘눈뜬장님’

입력 2019-01-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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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1부 차장

상장 기업들이 작년 4분기와 한 해 동안의 경영 성적표를 발표하는 이른바 ‘실적 시즌’이 다가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이트를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실적 관련 공시를 쏟아내고 있다. 이전보다 투자 문화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실적과 재무 관련 공시들을 세세하게 살펴보는 개인투자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최근 A라는 코스닥 상장사를 취재했을 때의 일이다.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꾸준하게 올리던 기업이 갑작스레 그 규모가 10분의 1로 급감하는 일이 벌어졌다. 매출은 재무제표의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산출의 기본이 되는 항목이다.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은 한 해 장사를 망쳤다는 의미와 같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같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돌아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A라는 기업은 신기하게도 전년과 유사한 정도의 흑자를 유지했다.

흑자를 냈다고는 하지만 투자한 기업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면 기본적으로 매출 감소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아울러 이러한 일이 일시적인 건지, 재무 안정성을 훼손하거나 기업의 배당 여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등 매출 감소로 비롯될 다른 문제들은 없는지에 대해서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며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유명 주식 관련 포털 A상장사의 종목토론 게시판에서 매출 감소를 궁금해하는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 공시가 나온 날과 그다음 날 실적과 관련해 올라온 게시글은 단 1건에 그쳤다. 매출 감소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짚고 있다는 논조의 글이었지만 그마저도 사실과는 달라, 그 글을 본 다른 투자자에게 혼동만 줄 우려가 커 보였다. 대신 게시판을 꽉꽉 채우고 있는 것은 회사 측이 “사업과는 연관이 없다”는 해명을 분명히 했음에도 ‘대선 대장주’로서 얼마나 상승할까 하는 섣부른 기대감과 거품만 잔뜩 낀 글이 대부분이었다.

상기한 것과 유사한 사례는 여타 종목 게시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채비율이 뭔지, 자본잠식률이 뭔지 등등 주식에 투자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될 기초적인 내용임에도 이를 몰라 다른 투자자에게 묻는 이들이 숱하다. 대부분 포털에서 검색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재무제표를 조금만 들여다보는 등 약간의 품만 들이면 모두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투자 판단의 기본 잣대조차 모르다 보니 이러한 ‘묻지마’ 투자자들은 시장의 흐름에, 혹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는 ‘세력’의 농간에 쉽게 휩쓸리곤 한다. 어렵게 모은 종잣돈을 시장에, 세력에 헌납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주식투자에 있어 재무제표를 본다는 것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투자한 회사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유추하는 일이다. 아울러 투자한 기업의 재무가 탄탄함을 알고 있다면, 작년 하반기와 같은 시장 급락기에 적어도 남들처럼 투매하지 않고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재무제표와 그에 딸린 주석을 한 번이라도 정독하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spd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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