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내 코가 석 자

입력 2018-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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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지난주 며칠 동안 추위가 극성을 부리더니만 콧물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게다가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거리엔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많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이 콧물감기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콧물감기는 대부분 재채기를 동반하기 때문에 남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재채기를 하다 보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뭔가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거나 어려운 자리에서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야 할 때 주르르 콧물이 흘러내리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럴 때면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빨리 콧물을 훔쳐 닦아야 한다. 주변 상황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조금치도 없다.

이런 상태를 일러 “내 코가 석 자”라고 한다. 이때의 코는 콧물을 뜻한다. 즉 신체 부위인 코가 석 자나 늘어졌다는 게 아니라, 콧물이 석 자나 되게 늘어져 흐르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이처럼 내 코가 석 자인 상태에서 흐르는 콧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을 “코 감당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망연자실하여 콧물이 흘러내리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상태를 “코를 빠뜨리고 있다”고 한다.

연말이다. 한 해가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래서 연말이면 다들 바쁘고 마음이 급해진다. 빚 독촉이나 “방 빼!”라는 호통을 듣는 다급한 상황에 몰려 “내 코가 석 자”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람을 잃거나 돈을 잃고서 “코를 빠뜨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타다가 쓰면서도 여전히 오락실이나 들락거리는 “제 코 감당도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 코가 문제이다. 게다가 콧물감기와 미세먼지까지 극성을 부리니 정말 코가 견뎌나질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감당해내야 한다. 코는 내 얼굴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어서 코가 흉하면 얼굴이 다 흉해진다. 흉한 얼굴로 새해를 맞지 않기 위해 좀 더 노력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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