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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구광모, 박진수 부회장 교체..의미는

그룹 '순혈주의' 타파…그룹 임원 대폭 물갈이도 예상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첫 인사를 LG화학에서 단행했다.LG화학은 내부 승진이 아닌 글로벌 혁신기업인 3M에서 신학철<사진> 수석부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며 기존 LG그룹의 인사 스타일을 모두 깼다.

LG화학은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혁신기업인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LG화학이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74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쳤다. 2011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3M의 해외사업을 이끌며 수석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이번 인사는 LG화학의 중심 사업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 LG화학 CEO는 전통적인 화학사업에 정통한 관련 전공 출신이 맡았으나, 신 부회장은 화학 전공이 아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출신이다. 최근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첨단 소재·부품과 바이오 분야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G화학이 CEO 역시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인물로 교체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인 3M에서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며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고,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되어 영입하게 됐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이어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LG화학이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를 통해 LG화학은 ‘혁신’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신 신임 부회장은 평소 수평적 기업문화와 혁신을 중요하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그는 지난해 미한국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연례 경제포럼에서 한국 기업에서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십 년 동안 패스트폴로어(fast follower)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한국 경제 성장의 90% 이상은 (리더의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되는) 패스트폴로어 여건 속에서 나왔다”며 “이제는 기업을 혁신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며 수평적인 문화, 실패를 용인하는 자유분방한 문화로 기본 체질이 바뀌려면 최소 10~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신 신임 부회장은 내년 1월 1일자로 선임이 되며,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안이 통과된 후 본격적으로 LG화학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LG화학 깜짝 인사는 구광모 회장의 인사 색깔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화학의 인사는 그룹의 인사 시기에 맞춰 기존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이뤄졌지만 올해는 그룹보다 한 달여 빠르게 인사가 단행됐다. 구 회장이 지난 6월 취임 이후 권영수 부회장을 자신의 오른팔로 낙점하고 인사를 단행했듯, LG화학도 ‘원포인트’ 인사를 진행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3M 글로벌의 인사 시기와 LG화학의 인사시기를 조율한 적기에 인사를 낸 것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으나 구 회장이 취임 이후 권 부회장에 이은 수시 인사라는 점에서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또한 LG 주력 계열사 중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과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 이후 외부에서 처음으로 CEO를 영입한 만큼 LG그룹의 전통적인 ‘순혈주의’를 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그룹 인사를 틀에 박히지 않은 ‘혁신’에 기반해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부회장단이 대폭 물갈이 되는 등 ‘깜짝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구 회장은 현재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과의 계열분리와 아버지인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에 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임원 인사와 함께 이 과제들도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사에 따라 6년간 LG화학을 이끌어왔던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42년간의 기업활동을 마무리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앞으로 후진 양성 및 경영 선배로서의 조언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현 화학업계를 이끄는 중심축이었다. 1977년 당시 럭키로 입사해 지금까지 42년간 근무하며 LG화학은 물론 대한민국 화학·소재 산업 발전에 기여한 LG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LG화학 CEO로 재직한 2012년 말부터는 회사를 매출액 28조원 규모로 성장시키며, 글로벌 톱10 화학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사업구조 고도화와 에너지, 물, 바이오 및 소재 분야 등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로 LG화학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LG화학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회사가 보다 젊고 역동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아름다운 은퇴를 선택했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도울 수 있는 일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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