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난감 공장, 노동자들에 보육 프로그램 지원…직원도 공장도 ‘윈윈’

입력 2018-09-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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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떨어져 농촌에 사는 아이들 늘어…인력 유치·직원 만족도 모두 잡아

▲7월 2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아이들이 울타리 밖을 내다보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장난감 공장들이 직원들에게 자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7월 2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아이들이 울타리 밖을 내다보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장난감 공장들이 직원들에게 자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중국은 도시와 농촌의 개발 격차가 심화하면서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가 공장에 취직하는 일이 흔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떨어져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이 많아지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자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공장들을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여름 보육 계획’이라는 이름이 붙은 탁아 서비스는 국제장난감산업협의회(ICTI)가 윤리적 장난감 프로그램의 하나로 실행하는 사업이다. 올해 여름 중국 광둥성의 18개 공장에서 시범 프로그램이 진행돼 50여 명의 아이가 임시 육아 시설에서 떡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며 부모님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공장 직원 장슈링은 “설 휴가에도 10일 정도밖에 같이 있지 못했지만, 프로그램 덕분에 한 달 동안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며 만족했다.

2015년 유니세프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도시로 떠나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의 수는 6900만 명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부모가 둘 다 떠나고 홀로 남은 아이들의 숫자만 집계해 총 900만 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다고 발표했다. 유니세프는 “아이들이 대부분 조부모의 손에서 크지만,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것은 신체적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보육 서비스는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한때 풍부한 노동 인력을 자랑했던 중국은 최근 들어 일손 부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중국 노동자들은 예전처럼 아이와 떨어져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한 앨리스 영 골든컵프린팅 공장 담당자는 “영업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 수준에서 충분한 인력을 찾기 쉽지 않다”며 “탁아 서비스는 맞벌이 부모를 유인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전했다. 영 담당자는 프로그램 진행비 4만 위안(약 654만 원)을 두고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윤리적 장난감 프로그램을 진행한 마크 로버트슨 수석 부회장은 “보육 프로그램은 직원 유치와 함께 노사 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장난감 공장 잉더의 린광후이 총지배인은 “작은 투자로 큰 이익을 얻었다”며 “여름 보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직원들이 더욱 헌신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우리 공장에서 일하라는 권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슨 부회장은 “내년에 25~30개 공장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회성 보육 프로그램 대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보육 프로그램이 저임금과 주택 부족 등 핵심 문제를 외면하고 노동 환경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장난감 공장의 이미지 세탁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제니 찬 홍콩 폴리테크닉대학 사회학 조교수는 “이렇게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가 전체의 몇 퍼센트나 되느냐”며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 부모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이주 노동자의 생활 개선을 위해 후커우(戶口·호적) 제도 개혁에 속도를 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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