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이야기] 19. ‘헤밍웨이 만년필’은 왜 나왔나

입력 2018-06-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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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노벨 문학상 없다.” 5월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투(MeToo)의 불똥이 한림원까지 튀었기 때문이다. 10월 초 일본 기자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집 근처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을 전하는 외신, 서점에 수북이 쌓인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또 자료를 찾아보니 마크 트웨인(1835~1910)은 10번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노벨상을 받지 못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톨스토이(1828~1910)도 받지 못했다.

어찌 됐든 노벨 문학상은 다른 노벨상보다 더 관심이 높다. 문학이 물리학이나 경제학보다 접하기 쉬운 점도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 ‘작가’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마크 트웨인이 최초의 만년필 광고 모델이었다거나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가 만년필보다 연필과 타자기를 더 애용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이다.

이런 사람들의 관심이 돈이 된다는 것을 만년필 회사들이 모를 리 없다. 더군다나 작가와 만년필의 관계는 보통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유명한 작가를 내세워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1890년대 워터맨사(社)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폴 이 워트(Paul E. Wirt)사(社)가 처음이었다. 만년필과 작가, 뭔가 잡힐 것 같은 이 조합은 폴 이 워트사가 힘이 빠질 때 즈음인 1900년대 초 콘클린(Conklin)사(社)가 이어 받았는데 역시 모델은 마크 트웨인이었다.

하지만 이 조합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만년필 회사들이 가장 치열한 대결을 했던 1920~1940년의 황금기에는 새로운 성능을 소개하기 바빠 작가와의 조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파커51과 볼펜이 등장한 1940년대, 볼펜이 성장한 1950년대, 만년필의 암흑기라 할 수 있는 1960~1970년대, 부활의 시기인 1980년대까지 작가와 만년필의 조합은 잠잠하였다.

작가와 만년필의 조합이 다시 등장한 것은 만년필 부활의 연장선인 1990년대 초이다. 1990년 파커사(社)는 명탐정 셜록 홈즈로 유명한 코난 도일(1859~1930)이 파커 듀오폴드의 애용자였다는 것을 광고에 넣었다.

▲1992년 몽블랑의 작가 시리즈 헤밍웨이 한정판.
▲1992년 몽블랑의 작가 시리즈 헤밍웨이 한정판.
하지만 이 조합 역시 단 한 발짝도 발전된 것은 아니었다. 회사와 만년필만 바뀌었을 뿐 1900년대 방식과 똑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파커사는 1920년대에 이미 코난 도일이 파커 만년필의 애용자라는 사실을 광고한 적이 있어 신선한 내용도 아니었다.

반면 1992년 가을 몽블랑은 드디어 사람들이 원하는 조합을 찾아낸다. 누가 자기네 만년필을 썼다는 그런 구식(舊式)이 아니라 만년필 자체에 작가의 생명을 불어넣어 작가 시리즈라 이름 짓고 한정판(限定版)을 내놓은 것이다.

첫 번째로 내놓은 게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였다. 만년필 수집가들 사이에 성배(聖杯: 수집가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로 불리는 1930년대 139를 베이스로 하여 몸통을 오렌지색으로 바꾸고, 1930년대 왕성한 활동을 했던 체험문학의 위대한 작가 헤밍웨이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 만년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고 싶어지는 조합인 것이다. 이 한정판 시리즈 성공으로 만년필 세계의 주도권은 파커에서 몽블랑으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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