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교훈

입력 2018-06-07 10:33 수정 2018-06-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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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소장

“주주분들과 투자자,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5월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정의선 부회장의 말과 함께 전격 철회됐다. 현대모비스의 우호지분은 30.7%로 출석 주주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 사안이었으나 충분한 찬성표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 연구소를 비롯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업체들이 모두 ‘반대’ 의견을 권고하는 상황에서 모비스의 주가도 시장 우려를 반영하듯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부근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들고나오면서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합산 주당순이익(EPS)이 5.6% 늘어나는 효과가 수반되는 자사주 소각 정책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논거에도 반박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많은 논란과 우려를 안고 있었다. 분할합병의 타당성과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가격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주주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었다. 최대주주의 모비스 보유지분이 7%에서 30%로 증가하는 동안 다른 모비스 주주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였다. 주주들이 합병 비율에 수긍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시된 주주환원 정책이 효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다만, 이번 사안을 계기로 분할합병의 함의와 최대주주 지분이 많은 회사와의 지배구조 개편 시 절차적 공정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내부 역량보다는 합병과 같은 비유기적 성장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수합병이 성공할 확률은 30% 미만이다. 승자의 저주처럼 과도한 비용을 치를 수도 있고, 합병에 따른 후속 시너지 또한 회사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도 분할합병의 목적과 시너지를 한두 가지 논리로 단정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우선 회사 측과 자문사들의 의견 대립은 사업 분할 문제부터 치열했다. 모비스는 영업이익의 71%를 차지하는 알짜 사업부를 순자산가치 21%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국내 A자문사는 분할사업부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존속 사업부에 비해 낮게 평가했다며 반대했다. 돈을 잘 버는 사업부가 빠져나가면 그룹 지배기업인 존속 모비스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야 하는 최대주주는 유리하다. 현대차그룹은 유망한 미래 자동차사업이 남아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만으로 현재의 회사 가치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분할된 사업부를 글로비스가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최대주주 지분이 많은 글로비스는 분할된 사업부를 가능한 한 싸게 매입해야 한다. 해외 B자문사는 분할된 사업부의 수익가치(EBITDA)가 불공정하게 낮게 평가됐다며 반대했다. 현대차그룹은 한국의 법 현실을 모른다며 모비스 일반 주주들도 교환 비율에 따라 글로비스 주식도 받아 손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이러한 가치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지고 아무리 논쟁을 해도 정답은 없다는 데 있다.

진정한 인식은 현상 자체보다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번 논란은 분할되는 신설법인이 비상장법인이기 때문에 발생했다. 현대차그룹은 멀쩡한 상장사를 자의적으로 비상장사로 만들어 최대주주의 지배회사와 합병하려 했다. 분할회사를 시장에 상장해 그 가치를 평가받은 다음, 합병을 추진했다면 위와 같은 논란은 적었을 것이다. 목적도, 시너지도, 분할회사 가치도, 합병 비율도 시장에서 평가한 주가로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주주의 지분이 많은 회사와의 거래는 더욱 엄정한 절차적 공정성이 요구되므로 반드시 시장가로 거래돼야 한다. 시장의 효율을 믿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분할회사의 상장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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