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토탈, 이란 철수 경고…트럼프 ‘핵협정 파기’에 맥 못 추는 유럽

입력 2018-05-1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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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미국의 2차 제재 피해야”…에어버스·지멘스·르노·폭스바겐 등도 덩달아 이란 사업 압박받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파기 선언 이후 유럽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으로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명을 발표한 토탈은 “오는 11월 4일 이전에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과 관련한 모든 사업을 중단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노출될 수 없으며 2차 제재를 피하고자 미국, 프랑스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탈의 자금 조달은 미국 은행들이 전체 중 90% 이상 관여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에서 상당히 많은 주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행정부의 결단이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이란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말 토탈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계약을 맺었다. 이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재했던 국제 원유 업체와 이란 간의 첫 주요 계약이다. 토탈이 이 프로젝트에 소유한 지분은 50.1%이며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CP)가 30%를 소유하고 있다. 토탈이 투자키로 한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1550억 원)에 달한다. 이날 토탈은 지금까지 투자한 자금이 4000만 달러 미만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토탈이 이란에서 철수를 강행할 시 CNCP가 토탈의 프로젝트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 파기를 발표한 뒤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란 핵협정을 수호하겠다고 천명했다. 전날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프랑스, 영국, 독일 외무장관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약속받았다. 동시에 이란은 원유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재확인했다. 자리프 장관은 “향후 몇 주 안에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는 방법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이 진전된 내용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탈의 철수는 이러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원유 사업에서 외국인 투자를 받지 못하면 핵협정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이란은 낡은 에너지 기반 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대 정유기업이 이란에서 발을 빼겠다고 밝히면서 유럽의 다른 기업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에어버스 지멘스 르노 폭스바겐 등 이란에 투자한 유럽 대기업들도 비슷한 압력에 직면한 것이다. 지멘스의 조 카이저 최고경영자(CEO)는 며칠 전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우리 기업에 이란에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SEB의 비야르네 실드롭 애널리스트는 “토탈의 결단은 미국이 이란에 관용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의 정치인들이 뭐라고 말하든 민간 기업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이슨 투비 중동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수사를 볼 때 이란 행정부에 대한 압력을 최고조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핵협정 탈퇴를 번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는 이란에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리차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이란에서 사업하는 독일 기업들은 즉각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설팅 업체 글로벌카운셀의 토머스 그래토프스키 이란 전문가는 “유럽의 모든 기업은 현재 이란과 사업을 계속해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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