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선거제도가 일하는 국회를 만든다

입력 2018-05-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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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개헌이 불발되면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도 중단됐다. 개헌과 별개로 선거제도 개편을 절실한 과제로 여겼기에 아쉬움이 크다. 실망하기보다는 선거제도 개혁을 실현하는 전략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려 한다.

우리 선거제도가 민심을 올곧이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전체 투표자의 절반에 달하는 사표(死票)와 득표, 의석률 사이의 큰 괴리는 핵심적인 결함으로 지적됐다. 이는 1위에 던진 표만 반영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를 채택한 결과이다. 또 비례대표 비중이 너무 낮고 지역선거와 별개로 진행되면서, 제구실을 못 하는 비례대표제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무늬만’ 비례대표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선거제도는 결국 게임의 규칙이다. 현재의 규칙에서 이득을 보는 정치세력은 늘 그랬듯이 변화를 거부하고, 개혁요구를 좌절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의 역사를 돌아보면 비관할 일만은 아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정치개혁일지라도 국민적 열망이 더해지면서 실현된 사례가 적지 않다. 개혁실패를 기득권의 저항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안일한 태도이다. 왜 선거제도 개혁에 국민적 열의가 실리지 않는가를 살피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수대표제는 단점만큼이나 장점도 분명한 제도이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익숙하고 이해하기 쉽다. 자신의 표가 버려진다는 두려움은 제 손으로 뽑은 후보가 당선된다는 사실로 상쇄된다. 많은 장년 유권자들은 비례대표를 여전히 권력자가 뽑은 국회의원으로 받아들인다. 더구나 비례대표는 정당에 대한 신뢰가 기초로 작동하는 제도이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오랜 불신도 선거제도 개혁이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향후 개혁 추진에서 두 가지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기득권의 저항 대책보다 대국민 설득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지금처럼 ‘민심 왜곡’만 강조하기보다는 국민이 체감하는 ‘셀링 포인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만에 주목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 국회를 ‘하는 것 없이 싸움만 하는 국회’로 여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회의원들이 나랏일에 전념하는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방안이라는 점을 설득할 수 있다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현행 다수대표제 선거제도는 ‘인물 경쟁 구도’를 강요한다. 국회의원들은 끊임없이 인기(popularity)라는 스펙 경쟁에 내몰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입법 등 국민이 기대하는 ‘나랏일’보다는 방송 출연과 SNS 활동 등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국회의원에겐 합리적 선택이다. 비례대표제 확대로 인물에서 정당으로 정치경쟁의 초점이 바뀐다면, 나의 동료 국회의원 상당수가 지금처럼 벌거벗은 검투사가 되기를 거부할 것으로 생각한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유권자도 달라진다. 더 이상 차선(次善)과 차악(次惡) 사이에서 괴로운 선택을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진심투표가 전략투표를 대체할 것이다. 선심성 지역공약 경쟁은 정당 간 정책 대결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정당도 달라질 것이다. 큰 정당들의 경우 열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증오와 대결의 정치’에 매달릴 유인(誘因)이 낮아질 것이다. 작은 의석을 보유한 정당들도 ‘흠집 내기에 골몰하는 정치’보다는 집권을 고민할 것이다.

요컨대 비례대표제는 선량(選良)을 육성하고, 우리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바꾸는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안이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에 빗대 한마디하려 한다. “선거제도가 일하는 국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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