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삼성-LG, 4차 산업혁명 투자 경쟁

입력 2018-05-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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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딥러닝, 전장,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퍼스트무버(시장 개척자) 행보다. 자체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4곳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가장 최근의 투자는 지난 3일 미국 스타트업인 ‘룸.AI’다. 이 곳에 다른 펀드들과 함께 300만 달러(약 32억 원)를 초기(Seed) 투자했다. ‘룸.AI’는 딥러닝 등을 활용해 실제 사람의 얼굴을 토대로 3D 아바타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갤럭시S9 시리즈 ‘AR 이모지’의 기반 기술이기도 하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딥러닝 업체 ‘알레그로’와 AI업체 ‘오디오버스트’, 스웨덴 AI 기반 이미지 및 지도 제작 스타트업 맵필러리에도 투자했다.

LG전자는 지난 2일 아크릴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약 1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33만6000주)를 취득했다. 2011년에 설립된 아크릴은 감성인식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에스지로보틱스와 협력해 로봇 사업과 관련한 ‘개방형 혁신’을 시도했으며, 1월에는 국내 로봇개발 관련업체 ‘로보티즈’에 약 9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12% (1만9231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두 기업이 최근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포화상태에 이른 가전과 반도체를 이을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에서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 역량을 외부 수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투자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벤처투자, 삼성카탈리스트, 삼성넥스트 등 자회사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기술을 갖춘 기업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선 펀드를 통해 우리가 어떤 기업이 필요한지 외부에 알리는 게 좋다”며 “지분 투자나 M&A보다 의사결정도 빠르다”고 말했다. 다만 LG전자와 같은 유상증자 등을 통한 지분 매입은 펀드 투자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대형 M&A 분야에서는 전장 업체가 주로 타깃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로 한 발 앞선 가운데, LG전자는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 업체 ZKW 인수를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특히 LG전자가 투입한 1조4460억 원의 인수 금액은 LG그룹 내 역사상 최대 빅딜이다.

전장분야에서 두 업체 모두 대형 M&A에 적극적인 까닭은 이 분야는 완성차 업체와 신뢰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두터운데, M&A를 통해 수주 확보에서 시간 단축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유상증자에 참여, 50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를 획득한 바 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일 중국에서 왕추안푸 BYD 회장을 회동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뛰고 있지만, 정작 국내 규제 탓에 과감한 국내 스타트업 인수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되는 순간 성장을 위한 기업 간 거래(B2B)는 ‘일감 몰아주기’, 자금 지원은 ‘부당 지원’이 될 수 있는 탓이다. 또 지주회사의 경우,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금융회사에 해당하는 CVC(기업벤처캐피털)를 보유하지 못한다.

지주회사의 경우 지분 규제도 문제다. 지주회사는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최근 SK하이닉스처럼 돈을 잘 벌어 투자 여력이 생겼는데도 지주사 체제 내 위치가 손자회사라는 이유로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 곳곳에 있는 최고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실리콘밸리가 미국 IT업계에 큰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인 ‘아이디어 공유’와 ‘모방’을 앞세워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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