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세계경기 둔화…미국의 소비가 막는다

입력 2018-04-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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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증시가 계속 흔들려 왔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과 관련된 그의 생각이 트위터에 뜰 때마다 그랬고, 미국 기업 아마존에 대한 과세 문제, 러시아와의 갈등 문제 등과 관련된 메시지가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 때문에 약세를 보였다고 판단된다. 바로 세계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달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가 둔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전 세계 경기의 향방을 가장 빨리 보여주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유럽 지역을 필두로 약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기 둔화의 신호가 포착되면 주식과 원자재 같은 위험자산들은 하락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안전자산 채권은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최근 두어 달 동안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2016년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세계 경기가 왜 둔화하기 시작한 것일까?’ 바로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락세가 가장 빠른 유럽 경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일단 유럽 경기 둔화의 첫 번째 배경은 유럽 통화 정책의 매파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은 지난겨울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크게 줄였다. 이는 유럽 경기가 개선되고 물가가 반등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완화 정책의 약화가 유동성 둔화를 가져온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의 가계 신용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경기와 소비에 둔화 압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 경기 둔화의 두 번째 배경은 유로화 강세로 인한 수출 둔화라고 볼 수 있다. 유로화는 2017년부터 달러 대비 강세를 보여왔는데, 이는 유럽의 최대 수출국인 독일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율 둔화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수출은 미국, 영국, 유럽 지역에서 지난겨울 발생한 한파 및 폭설과도 연관되어 있다. 특히 미국의 산매(散賣) 판매는 작년 12월부터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좋지 않은 날씨와 연관되어 있다. 3월 들어 미국의 산매 판매가 반등한 것 역시 봄을 맞아 날씨가 풀리자 미뤘던 소비가 살아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세계 경기에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먼저, 미국 경기가 계속되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쉽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양호하지만, 긴축을 강화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경기 둔화가 시작될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소비의 반등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미국의 소비재 신규 주문이 반등의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 경기선행지수의 둔화를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소비는 유럽 등 주요 교역국의 경기 둔화 방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럽의 수출 둔화는 지난겨울 미국의 소비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미국 소비가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유로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석 달 연속 둔화한 유럽의 구매자관리지수의 추가적 하락을 막아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최근 세계 경기지표의 둔화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나타났지만, 미국의 소비 증가가 이를 방어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도 이러한 둔화를 막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따라서 주춤했던 세계 증시의 상승세는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경기가 OECD 경기선행지수로 볼 때 가하락세가 가장 빠르므로 다른 나라에 비해 주가의 탄력이 약하지만, 세계 증시의 상승세에 편승하면서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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