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대기업이 변하고 있다

입력 2018-04-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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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얼마 전 재계와 증권가가 깜짝 놀랐던 사건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주주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가 보유 중인 모비스 지분을 사들인다는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지분 매입비용만 4조~4조5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주주의 희생 없이 계열사 간 재편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선호했던 다른 기업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증권가 역시 현대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들은 대부분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지주회사 전환이란 시나리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룹 내에서 정의선 부회장 지분이 가장 많은 회사가 현대글로비스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조 원이 넘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처분 양도세를 내면서까지 비상식적인(?)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액면 분할 역시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사건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액면분할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이사회 의장이 “액면분할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단언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역시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액면분할을 하면 소액주주가 많아져 잡음이 커질 수 있고, 주식 유통 활성화가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의 액면 분할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물려받는다면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다면 내야 할 액수는 더 커진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액면 분할을 발표했다. 액면분할을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얻게 되고, 올해부터 대폭 늘어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명분을 댔다. 최종 승인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했다.

재계 1, 2위 대기업이 최근 시장의 분석과 다른 방향으로 변화에 나선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밑바탕에 깔고 기업 지배구조 변화를 분석했다. 보통 전문가들과 오너 일가의 생각은 일치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요즘 움직임은 이와 정반대다. 자신들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정부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우선에 두는 모양새다.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정경 유착 등 각종 게이트에 휩싸이며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대기업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압박에 한발 물러선 듯도 하다. ‘우리한테 뭐가 유리한가’에서 ‘어떻게 하면 욕을 안 먹을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공법이 나오게 된 셈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사재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꼼수와 편법으로 자기네 배 불리기에 급급했던 일부 기업들이 이제는 신뢰받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려 한다니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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